산타 할아버지
맘먹고 루돌프랑 신나게 달리려고 할 때 썰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순간이 있죠. 영악한 꼬마들이 이렇게 말할 때. “산타 할아버지는 없어.”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아무개(37)씨도 제게 상담을 해오더군요.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친구들 말이 사실이냐고 아들이 묻는데 할말이 없었다나요. “계속 산타가 있다고 우기다가 조숙한 학교 친구들한테 비웃음을 사거나 따돌림 당하지는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 산타는 1년 동안 아이들의 행실을 지켜보는 존재예요. 산타의 선물엔 그동안 아이가 한 착한 일에 대한 보상의 뜻과 새해엔 더욱 좋은 어린이가 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죠. 엄정애 교수님(이화여대 유아교육)도 제 편을 드시네요. “아이들이 산타에 대한 꿈을 잃는 순간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부모한테 선물받는 날로 전락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산타를 믿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아 참, 산타의 선물에 카드는 필수. 아이들이 부모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게 왼손(왼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쓰세요. 혹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글씨를 못 써요?” 하고 묻거든 “산타는 우리말이 서툴잖아”라고 답하는 센스도 잊지 마시고.
혹 선물을 준비 못했더라도 “네가 엄마 말을 안 들으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는 거야”라고 윽박지르면 안 돼요. 산타로부터 작은 선물 하나도 못 받을 만큼 나쁜 어린이는 세상에 한 명도 없답니다. 다른 부드러운 변명 거리를 준비해주세요.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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