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배달 받기도…교육부 ‘부적격 강사 가려내기 힘들어’
#1. 서울 도봉구 ㄷ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크리스토퍼(29)는 이달 초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날아온 국제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 안에는 콤팩트디스크(CD) 상자가 들어 있었고, 이 상자 안에는 대마초 9.5g이 숨겨져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의 오피스텔에서 크리스토퍼를 마약 소지 현행범으로 붙잡아 구속했다. 검찰은 크리스토퍼가 매달 참석하는 초등학교 영어교사 모임에서 대마초를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지난 9월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가정집에서 대마초를 기른 최아무개(33)씨 등 영어강사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국에서 대마초 종자를 들여와 집 안에 조명과 습도조절 시설까지 설치해 놓고 대마 130g을 키웠다. 최씨는 통이 넓은 힙합바지 속에 코카인 1㎏을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오기도 했다.
#3. 지난 5월 경찰에 붙잡힌 노아무개(39)씨 등 영어강사 2명은 환각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을 이용해 히로뽕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10월 대마초와 히로뽕 등을 투약한 혐의로 원어민 강사 12명을 무더기로 붙잡기도 했다.
국내 학교나 학원, 영어마을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들의 마약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높아가지만 이런 부적격 강사를 막을 뾰족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입건된 외국인은 모두 18명이다. 이들 중 15명은 대마, 나머지 3명은 히로뽕을 복용한 혐의다.
정두성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오랫동안 이민생활을 한 한국인들은 대마 같은 마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국내 전문 유통조직처럼 대규모로 마약을 들여오기보다는 서울 홍대 앞이나 이태원 등지 클럽에서 자기들끼리 마약을 주고받는데다, 수시로 외국을 드나들기 때문에 붙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송춘환 사무관은 “인터폴에 수배중인 상태가 아니라면 외국인들이 입국할 때 별도로 전과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며 “마약을 복용한 전력이 있는 원어민 강사들을 미리 가려내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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