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어학원 ㅇ씨의 강의 녹취록(왼쪽)에 나오는 ‘take me home’ ‘굿모닝’ ‘온리’ ‘헨리’ ‘Meg Ryan’ 등의 사례가 ㅍ어학원 강의 필기내용(오른쪽)과 겹친다.
“영어발음 훈련 석달 들은 뒤 표절강좌 개설”
유명 강사, 이웃학원 저작권등 침해혐의 고소
유명 강사, 이웃학원 저작권등 침해혐의 고소
대형 어학원 강사가 근처 학원의 유명 강의를 통째로 베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서울 ㅍ어학원의 영어강사 이아무개(36)·허아무개(35·여)씨는 지난 14일 ㅇ(32·여)씨가 근처 ㅇ어학원 영어강사인 사실을 숨긴 채 자신들의 ‘발음 훈련’ 강의를 석달 동안 들은 뒤 이를 그대로 베낀 강좌를 개설해 저작권과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ㅇ씨와 ㅇ어학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씨 등은 ㅇ씨가 자신들의 강의를 베꼈다는 근거로 △초·중·고급 3단계의 강의 구성에서 영어 발음의 음소 분석, 어감에 따른 차이 분석, 그림 묘사 등으로 진행되는 얼개가 일치하고 △ㅇ씨가 수강생에게 나눠준 수업자료의 예문과 이씨 등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필기한 내용이 서로 같으며(사진 참조) △이씨 등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 15명이 ㅇ씨 강의 녹취록을 본 뒤 ‘두 강의의 핵심적 내용이 100%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쓴 점 등을 들었다. 또 ‘코카콜라’를 10번 빨리 발음하도록 해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설명하거나, 미국에서 겪은 일화를 전하는 농담까지 똑같다고 이씨 등은 주장했다.
이씨 등은 자신들의 발음 훈련 강의가 지난 2003년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개설됐으며, 최근 토플·토익에 말하기 시험이 새로 도입되면서 한 달 수강생이 500여명에 이를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ㅇ씨는 지난 22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ㅍ어학원의 해당 강좌를 수강한 것은 맞다”면서도 “강사라는 신분을 일부러 속인 것은 아니고 강의 내용도 서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ㅇ어학원 이아무개 본부장은 “자기 계발을 위해 다른 강사의 수업을 활용해 강의하는 것을 저작권이나 영업비밀 침해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ㅇ씨의 강좌는 지난 9월 ㅇ어학원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현재도 7개 강좌가 개설돼있다.
수강생들이 몰리는 강좌를 다른 강사들이 몰래 수강해 강의 요령 등을 ‘참고’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력 4년의 영어강사인 최아무개(26)씨는 “토플 강의를 새로 시작하기에 앞서 수업 진행 방식이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요령을 배우기 위해 몇몇 강사의 강의를 한 달 정도 수강했다”고 말했다. 8년 경력의 유아무개씨도 “3년여 전 강의 과목을 바꾸면서 6달 가량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강의 내용을 베꼈다는 이유로 법정 다툼에까지 이른 경우는 드물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쪽은 “강의를 베꼈거나 도둑질했다는 이유로 분쟁이 일어난 사실을 접수한 예가 없다”며 “독창적인 강의 내용을 다른 곳에서 똑같이 따라한다면 당연히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강의 표절 고소사건의 양쪽 당사자 주장
수강생들이 몰리는 강좌를 다른 강사들이 몰래 수강해 강의 요령 등을 ‘참고’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력 4년의 영어강사인 최아무개(26)씨는 “토플 강의를 새로 시작하기에 앞서 수업 진행 방식이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요령을 배우기 위해 몇몇 강사의 강의를 한 달 정도 수강했다”고 말했다. 8년 경력의 유아무개씨도 “3년여 전 강의 과목을 바꾸면서 6달 가량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강의 내용을 베꼈다는 이유로 법정 다툼에까지 이른 경우는 드물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쪽은 “강의를 베꼈거나 도둑질했다는 이유로 분쟁이 일어난 사실을 접수한 예가 없다”며 “독창적인 강의 내용을 다른 곳에서 똑같이 따라한다면 당연히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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