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여형씨
강여형 중앙청사 방호실장 정년퇴임
1973년 3월 정부 중앙청사 방호원으로 공직에 들어온 뒤 33년 10개월 동안 청사 정문을 지켜온 강여형(57) 방호실장이 27일 정년퇴직했다.
첫 근무지인 옛 중앙청(현 경복궁 자리)에서 현재 중앙청사에 이르기까지 강 실장이 문 앞에서 지켜본 국무총리급 고위공직자만도 46명에 이른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김종필 11대 국무총리부터 지금의 한명숙 37대 총리까지 모두 27명에다 중간중간 총리대행을 했던 서리까지 포함해서다. 강씨는 “큰 잘못없이 청사를 떠나게 되니 시원하면서도, 막상 정들었던 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할 뿐”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재직 중 기억에 남는 일로 79년 ‘10·26’ ‘12·12’와 80년 광주민주항쟁 도화선이 된 ‘5·17’ 등을 꼽았다.
그는 잊혀지지 않는 총리가 “여럿 있다”고 회고했다. 우선 “김종필 총리는 위세도 대단했고 총리를 두번씩이나 해서…”라고 평했고, 노태우 대통령 당시 강영훈 총리에 대해선 “역대 총리 가운데 처음으로 중앙청사 방호원 사무실을 직접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박태준 총리는 출·퇴근시 방호원들이 중앙청사 로비의 큰 문을 열어놓자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드나드는 조그만 회전문을 이용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장대환 서리 때 한 신문이 ‘장상-장대환’에 이은 ‘서리정국’을 풍자해 중앙청사 방호원들이 서리가 출근하는데도 ‘들어오거나 말거나’ 식으로 졸고 있는 만평을 실어 언론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리 문지기이지만 책임감 하나로 일해왔다”고 했다.
강 실장은 부인 심정순(56)씨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모두 공무원이다. 장남은 정보통신부, 둘째는 은평소방서에서 재직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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