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병원 교수, 4편 번역뒤 국제학술지에…윤리위 조사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고려대 의과대학에서도 한 교수가 학술지에 논문 4편을 중복 게재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지난 8월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고려대 윤리위원회는 지난 10월께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ㅊ아무개 교수는 지난 2003년 7월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에 다른 5명의 저자와 함께 논문을 발표한 뒤 이를 영문으로 번역해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과학회지>에 실었다. 두 논문은 해당 학과가 자체 조사한 결과 내용이 99%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대 쪽은 밝혔다. 또 ㅊ 교수는 영문 논문을 발표하면서 원래 논문에 없던 ㄱ아무개씨를 제1저자로 올리기까지 했다. 그 결과 ㄱ씨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점수를 얻었다.
ㅊ 교수는 지난해 10월에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에 ㄱ씨 등 4명과 함께 논문을 발표한 뒤 불과 석달만인 지난 1월 이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일본의 <내분비저널>에 실었다. 이 과정에서 ㅊ 교수는 애초 제3자였던 제1저자를 ㄱ씨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대 쪽이 밝혔다. ㅊ 교수는 이밖에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다른 2편의 논문도 영문으로 번역해 다른 학술지에 실으면서 ㄱ씨를 제1저자로 등재했다고 의대 쪽이 밝혔다.
이들 4편의 논문에 대해 해당 국제학술지는 최근 게재 취소를 통보한 상태다. 한희철 의대 교무부학장은 “논문이 실린 양쪽 학술지의 편집장에게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만큼 이중 게재인 것이 분명하다”며 “ㅊ 교수가 이런 문제점을 당시에 알고 있었느냐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고려대의 한 교수는 “ㅊ 교수가 제자인 ㄱ씨를 무리하게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연구 실적을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ㅊ 교수는 28일 <한겨레>와 전화에서 “어떤 사실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한편, 고려대 교수의회는 앞으로 꾸려질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필상 총장의 모든 저작물에 대해 표절 여부를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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