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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분쟁지역은 유엔 존재 느끼는 최전선”

등록 2007-01-02 18:37

공지현씨
공지현씨
유엔평화유지활동국 인력담당관 공지현씨
“사람들은 유엔 직원들이 9시 출근, 5시 퇴근하는 편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죠. 실제론 새벽 1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아요.”

유엔 평화유지활동국(DPKO)의 인력담당관 공지현(39)씨는 10년 가까이 동티모르, 코소보, 코트디부아르, 부룬디, 수단 등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현장을 누비며 산다.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대학·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인 유엔 공채 1기 직원으로 1995년부터 유엔에서 일하고 있다. 유엔이 새로운 지역에서 평화유지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현지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채용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10살때 미국 이민…10여년째 현장 누벼
라이베리아·동티모르 등 내전 지역 활동
각 나라 사회·정치적 ‘잠재력’ 확인 뿌듯
반기문 총장 실질적 개혁 이뤄주길 기대

지난 12월 하순 뉴욕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15개월 동안 코트디부아르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한 뒤, 다시 수단 다르푸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아프리카 출장을 갔다 돌아온 직후였다.

그가 유엔 평화유지활동의 현장에 매료된 것은 유엔 근무 초기인 90년대 중반, 선거감시 활동을 위해 2주 동안 라이베리아에 갔을 때였다고 한다. 오랜 내전 직후 유엔의 정전 감시 속에 주민들이 새벽 일찍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서 아이를 업고 먼 거리를 걸어와 선거하는 모습을 보고, 유엔 활동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현장은 유엔의 존재 이유와 이상을 다시 느끼게 하는 최전선”이라고 말한다.

2000~2001년에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에 열 달 동안 머물며 정부 수립, 공무원 채용과 훈련을 지원했다. 이후에도 여러 분쟁지역에서 일했지만 가장 깊은 추억이 남은 곳은 동티모르다. “공무원들을 채용하면서 동티모르인들의 잠재력을 봤다. 인도네시아 통치에 억눌려 살아왔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사자들인 동티모르인들의 의지도 컸고, 유엔 회원국들도 동티모르 상황을 개선시키겠다는 단결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독립기념식을 감동적으로 지켜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물었다.“무척 자랑스럽지만 긴장도 된다”고 한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잘 하셔야 하고 많이 도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아무리 잘해도 비판이 많은 자리다. 본인이 잘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코피 아난도 잘 했는데 미국과 갈등 속에서 힘들어졌다.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유엔 안 미국인 직원들도 많이 반대했다.”

그는 반 총장이 유엔 개혁, 특히 인력부문 개혁에서 성공하길 고대했다. “유엔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요한 이유도 인사 문제다. 유엔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실질적인 개혁을 해달라는 게 대부분 직원들의 바람이다.” 현재 유엔 전문직급(P) 이상 한국인은 그를 포함해 36명뿐이다.


뉴욕/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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