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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손님도 없는데…보상금 받고 나가려 버텨”

등록 2007-01-03 19:55수정 2007-01-03 23:20

서울의 대규모 성매매 밀집지들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들머리에 이 지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승인’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다.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서울의 대규모 성매매 밀집지들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들머리에 이 지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승인’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 성매매밀집지역 업주들 “재개발 찬성” 나선 까닭
지난 2일 밤 서울 용산역 뒷골목. 성매매업소 수십곳이 빨간 불을 켜고 영업 중이지만, 경찰차가 지나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어차피 손님이 없으니 숨길 것도 없다는 것이다. 발길이 뜸해진 이곳 골목엔 ‘경축, 용산역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승인’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용산역, 미아리, 영등포, 천호동, 청량리 등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성매매 밀집지역이 재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표 참조), 이곳에서 영업을 하던 성매매 업주들이 집단적으로 개발에 찬성하고 나섰다. 업주들의 조직인 한터전국연합은 3일 “서울 지역 5개 집창촌의 업소 600곳 가운데 200곳의 업주들한테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고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터전국연합은 또 “재개발이 실제로 진행될 때까지 2~3년 동안 영업을 계속해 수입의 10%를 적립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터전국연합 “업주들 동의받아”
구청선 “업주들 대부분 세들어 영업”
“재개발 이익 기대 어렵다” 갸우뚱

강현준 한터전국연합 대표는 “건물주들이 업주들의 동의 없이 섣불리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업주들도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재개발도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가 징검다리 구실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재개발에 적극적인 까닭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성북구 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한 업주는 “권리금으로 1억원 넘게 주고 들어왔는데 1년에 2~3번씩 단속을 당해 적자를 보고 있다”며 “재개발을 통해 보상받고 나가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러나 해당 구청 공무원들은 이들이 재개발에 찬성한다고 해도 실제 토지·건물의 소유주인 경우는 드물어 실효성이 적다고 지적한다. 서울 동대문구청 양희구 촉진지구개발팀장은 “건물주한테는 재산손실 부분에 대한 보상이 돌아가지만 세들어 영업하는 업주들은 그들의 영업권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매출액을 따져 보상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북구청 김재열 균형발전팀장도 “업주들 가운데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재개발 때 권리 행사가 어렵다”며 “철거될 때 건물주한테 이사 비용 등 보상금을 받아내려고 미리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퇴직금을 적립하겠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용산역에서 성매매를 하는 ㄱ(21)씨는 “우리는 보통 두세달밖에 일하지 않는데다 법적 강제력도 없는데 업주가 떼어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주들이 재개발 찬성을 지렛대 삼아 성매매를 합리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익의 10%를 성매매 여성들의 퇴직금으로 내놓겠다는 말은 재개발 사업 전까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 어떤 조건을 달더라도 이미 법으로 금지된 성매매를 허용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한 “업주들이 재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자치단체, 전문가 등과 협의해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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