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출판부 교재인 <산업 구조와 경쟁>의 14쪽 내용과 이를 표절한 ㅇ출판사 교재 <요점 산업 구조와 경쟁> 18쪽(위 사진).
방송대 누리집에 공개된 <지구환경시스템> 과목의 2002학년도 1학기 시험 문제와 이를 그대로 베낀 ㅇ출판사 교재 <요점 지구환경시스템>의 모의고사 문제(아래 사진).
출판사, 내용 보태 책값 2~3배 뻥튀기
비슷한 시기 출간…원고 사전유출 의혹도
비슷한 시기 출간…원고 사전유출 의혹도
한 출판사가 한국방송통신대 교재를 표절한 유사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더 비싼 값에 팔아오다 교수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표절 실태=이 대학 이상영 교수(법학)와 오문의 교수(중문학) 등은 “방송대 출판부에서 펴낸 <법철학> <중한번역연습> 등 교재 12권을 ㅇ출판사가 그대로 베낀 뒤 편집을 바꾸고 방송대 누리집에 공개된 기출문제 등 일부 내용을 추가해 두배 이상 비싼 값에 팔고 있다”며 지난해 이 출판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표와 그림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예사였고, 교수가 직접 만들어 교재에 넣은 ‘연습문제’를 ‘교과서 연습문제 풀이’라고 제목만 바꿔 실은 경우까지 있었다. 오·탈자까지 그대로 옮긴 예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발행된 ㅇ출판사의 <요점 법철학> 190쪽에 나오는 오자 ‘Legaliate’(‘Legalitate’가 맞음)는 원래 교재인 <법철학>의 오자와 똑같다.
게다가 이런 복사판 교재들은 해마다 원 교재가 발간·판매되는 시기에 맞춰 서점에 깔리고 있다. 발행날짜로 보면 오히려 원 교재보다 앞서 출판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교수들은 “교재 원고를 담은 파일이 통째로 유출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책을 베낀다고 해도 시기를 맞춰 출판할 수 없다”며 교재 제작 과정에서 누군가가 원고를 사전에 유출했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방송대는 지금까지 유사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모두 149과목에서 60건을 접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ㅇ출판사 이아무개 대표는 “표절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이미 30여년 전부터 여러 출판사에서 관행적으로 이런 교재를 펴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저작권 침해’ 149과목 60건 접수
학교서 특별위 꾸려 소송 적극지원 방송대 학생들의 피해=방송대 출판부가 펴낸 교재는 한권에 5천~6천원 안팎인 반면, ㅇ출판사는 평균 1만5천원에 판매한다. 학생들은 학교 교재보다 갑절 이상 비싼 값을 주면서 ㅇ출판사 책을 사서 보는 경우가 상당수다. 2004년 방송대 경영학과에 편입학한 회사원 김아무개(30)씨는 “중간·기말시험을 치르러 학교에 가 보면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ㅇ출판사 교재를 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대 출판부 쪽은 지난해 등록생 17만여명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 이상이 ㅇ출판사 참고서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상영 교수는 “국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송대의 목표와 교육철학을 ㅇ출판사가 송두리째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와 방송대 쪽의 대응=이상영 교수 등 5명과 오문의 교수 등 7명이 각각 ㅇ출판사를 고소한 데 대해 서울지검 형사6부(한승철 부장검사)는 지난달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결국 첫번째 고소 건은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고, 두번째 고소 건은 교수들의 정식재판 요구가 받아들여져 오는 18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저작권법 침해는 친고죄여서 고소한 부분만 수사가 가능했다”며 “학교 쪽에 확인했지만 교재 원고 파일을 유출했다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대 출판부가 표절 사실을 알고도 교수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때까지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한편 방송대는 이날 기획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작권보호 특별위원회’를 꾸려, 앞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한 교수들이 ㅇ출판사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학교서 특별위 꾸려 소송 적극지원 방송대 학생들의 피해=방송대 출판부가 펴낸 교재는 한권에 5천~6천원 안팎인 반면, ㅇ출판사는 평균 1만5천원에 판매한다. 학생들은 학교 교재보다 갑절 이상 비싼 값을 주면서 ㅇ출판사 책을 사서 보는 경우가 상당수다. 2004년 방송대 경영학과에 편입학한 회사원 김아무개(30)씨는 “중간·기말시험을 치르러 학교에 가 보면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ㅇ출판사 교재를 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대 출판부 쪽은 지난해 등록생 17만여명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 이상이 ㅇ출판사 참고서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상영 교수는 “국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송대의 목표와 교육철학을 ㅇ출판사가 송두리째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와 방송대 쪽의 대응=이상영 교수 등 5명과 오문의 교수 등 7명이 각각 ㅇ출판사를 고소한 데 대해 서울지검 형사6부(한승철 부장검사)는 지난달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결국 첫번째 고소 건은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고, 두번째 고소 건은 교수들의 정식재판 요구가 받아들여져 오는 18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저작권법 침해는 친고죄여서 고소한 부분만 수사가 가능했다”며 “학교 쪽에 확인했지만 교재 원고 파일을 유출했다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대 출판부가 표절 사실을 알고도 교수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때까지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한편 방송대는 이날 기획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작권보호 특별위원회’를 꾸려, 앞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한 교수들이 ㅇ출판사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