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원로모임 ‘국비협’ 토론회 발제문 논란
발제 이주영 교수 “개화파 친일행위 관대해야”
학계선 “노골적 친일·친미 주장…정치적 의도”
‘교류 중요성’ ‘편협한 잣대’ 보수서도 엇갈려 일제 강점기를 미화한 뉴라이트 계열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가 또다시 노골적으로 친일을 옹호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친일 혐의에 관대해야”=이주영 건국대 교수(사학)는 지난 4일 보수성향 원로 모임인 ‘국가비상대책협의회’(국비협)의 새해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앞으로 남한의 새로운 주도세력은) 남북교류와 통일은 북한이 중국식 생활방식을 버리고 남한처럼 미국식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대중을 설득시키려는 친미적이고 친일적인 해양문명의 신봉자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한말 문명개화파 지식인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보다도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위정척사파’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파 대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화파 일부는 친일행위 혐의가 있지만 (대륙문명에서 해양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 그들이 담당한 긍정적 역할에 비추어 관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 교수는 최근 왜곡된 역사 서술로 물의를 빚었던 ‘교과서포럼’의 고문을 맡고 있다. “보수 원로들 공감”=이날 토론회에는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과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가 토론자로 나섰으며, 김상태 성우회 회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국비협 회원이 참석했다. 국비협은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구성됐으며, 김동길 박사, 강영훈 전 국무총리, 박근 전 유엔대사,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 등 보수 원로 200여명이 모인 단체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참여하고 있다. 국비협의 김창범 사무총장은 “이 교수의 발제 내용은 해양문명권을 향해 미·일과 교류하면서 좀더 큰 포부를 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에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별 논란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효과 노렸나?=그러나 학계는 매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사학과)는 “교과서포럼 쪽 교수들의 문명사관은 모든 역사인식의 기준을 ‘문명’과 ‘비문명’으로 나누고, 우리가 근대 문명을 수용하고 발전했다면 친일이든 친미든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논리”라며 “중요한 것은 식민지를 통해 한반도에 문명이 강요됐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논의는 쏙 뺀 채 뭐가 문명이냐 아니냐만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한국이 계속 미국과 일본의 영향 아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라며 “지적으로 빈곤한 한국 우파들이 일본 극우파한테서 너무 많이 자양분을 수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이 학술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발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한 정치학자는 “우파 쪽이 또 권력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이념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일반 유권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구적 주장은 한나라당의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도 엇갈린 반응=보수단체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생존을 위해 우방인 미국과 일본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해양세력을 통한 활발한 대외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국가주도 세력을 친미·친일로 한정짓는 것이라면 그분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진화국민회의의 한 지도급 인사는 “국가주도 세력을 언급하면서 친미·친일의 잣대로 재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요즘의 주도세력이 과도하게 반미·반일로 가는 것에 대한 역편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신재 김기태 이재명 기자 ohora@hani.co.kr
학계선 “노골적 친일·친미 주장…정치적 의도”
‘교류 중요성’ ‘편협한 잣대’ 보수서도 엇갈려 일제 강점기를 미화한 뉴라이트 계열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가 또다시 노골적으로 친일을 옹호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친일 혐의에 관대해야”=이주영 건국대 교수(사학)는 지난 4일 보수성향 원로 모임인 ‘국가비상대책협의회’(국비협)의 새해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앞으로 남한의 새로운 주도세력은) 남북교류와 통일은 북한이 중국식 생활방식을 버리고 남한처럼 미국식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대중을 설득시키려는 친미적이고 친일적인 해양문명의 신봉자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한말 문명개화파 지식인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보다도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위정척사파’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파 대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화파 일부는 친일행위 혐의가 있지만 (대륙문명에서 해양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 그들이 담당한 긍정적 역할에 비추어 관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 교수는 최근 왜곡된 역사 서술로 물의를 빚었던 ‘교과서포럼’의 고문을 맡고 있다. “보수 원로들 공감”=이날 토론회에는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과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가 토론자로 나섰으며, 김상태 성우회 회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국비협 회원이 참석했다. 국비협은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구성됐으며, 김동길 박사, 강영훈 전 국무총리, 박근 전 유엔대사,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 등 보수 원로 200여명이 모인 단체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참여하고 있다. 국비협의 김창범 사무총장은 “이 교수의 발제 내용은 해양문명권을 향해 미·일과 교류하면서 좀더 큰 포부를 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에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별 논란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효과 노렸나?=그러나 학계는 매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사학과)는 “교과서포럼 쪽 교수들의 문명사관은 모든 역사인식의 기준을 ‘문명’과 ‘비문명’으로 나누고, 우리가 근대 문명을 수용하고 발전했다면 친일이든 친미든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논리”라며 “중요한 것은 식민지를 통해 한반도에 문명이 강요됐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논의는 쏙 뺀 채 뭐가 문명이냐 아니냐만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한국이 계속 미국과 일본의 영향 아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라며 “지적으로 빈곤한 한국 우파들이 일본 극우파한테서 너무 많이 자양분을 수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이 학술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발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한 정치학자는 “우파 쪽이 또 권력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이념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일반 유권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구적 주장은 한나라당의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도 엇갈린 반응=보수단체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생존을 위해 우방인 미국과 일본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해양세력을 통한 활발한 대외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국가주도 세력을 친미·친일로 한정짓는 것이라면 그분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진화국민회의의 한 지도급 인사는 “국가주도 세력을 언급하면서 친미·친일의 잣대로 재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요즘의 주도세력이 과도하게 반미·반일로 가는 것에 대한 역편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신재 김기태 이재명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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