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검찰' 자존심에 상처…구속 신중' 당부 탄원서 내기로
금감원 고위간부 L씨 "소개만 해줬을 뿐"
금감원 고위간부 L씨 "소개만 해줬을 뿐"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관련, 7일 금감원 직원들은 "김 부원장이 그럴 리가 없다"라며 놀라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등 간부들과 상당수 직원들은 이날 휴일인데도 출근해 김 부원장과 관련된 기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감원 직원들은 또 김 부원장에게 영장이 청구된 데 이어 검찰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까지 단행하면서 금감원을 '정조준'하는 모습에 '금융검찰'로서의 위상실추를 우려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 직원들은 김 부원장이 구속될 경우 파장을 우려하며 구속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는 탄원서를 8일 법원에 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김 부원장을 위한 탄원서를 내기로 했다"면서 "주말임에도 벌써 300명이 넘는 직원이 서명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탄원서를 통해 "김 부원장이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재직한 2000~2001년 금고업계 구조조정이 집중됐으나 당시 코스닥 거품 붕괴 등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2000년 11월 이후부터는 부실 금고의 매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공적자금 부족으로 진퇴양난에 처한 시기였다"며 "따라서 경영리스크가 높아진 골드상호신용금고를 당시 금감위원장의 지시로 제3자에게 소개한 것은 업무상 하자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이어 "당시 전임국장이 수뢰혐의로 도피중 자살을 하게 된 아픈 기억이 있는 김 부원장이 불과 2~3개월 후 같은 유형의 금품 수수를 했다는 가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탄원서는 또 김 부원장이 외부 초청강연시 강사료를 받지 않고 금감원 출신 외부 인사를 만날 때도 본인이 식사 값을 내는 조건으로만 만나는 점 등을 내세우며 김 부원장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업무의 속성상 금융비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세간의 의혹을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 자체만으로 금감원의 위상에 큰 타격을 줘 향후 금융감독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유효성을 크게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부원장이 검찰에서 "당시 금감원 고위간부 L씨의 지시를 받고 문제가 됐던 금고 부실 해결 차원에서 김흥주씨를 만났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L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씨가 당시 내 방에 찾아와 '그레이스 백화점을 매각해 자금 여유가 있으니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담당 국장이었던 김중회를 소개해 줄 테니 만나보라고 한 게 전부"라며 "사람을 만나보라고 한 것이 지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L씨는 "당시에는 공적자금도 아끼고 민원도 없애기 위해 매수자를 소개하는 것이 관례였다"면서 "김씨는 대학동기의 조카로 오랫동안 알던 사람이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터무니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소개해 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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