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사지가 성매매업소?
간판은 ‘건전’한데 실제는 성행위업소거나 유사성행위
은행원 김아무개(31)씨는 지난달 야근을 마치고 피로를 풀기 위해 ‘스포츠마사지’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에 들어갔다.
넓은 방에 20여개의 요가 깔려있었고, 손님들은 요 위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안마를 받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종업원이 다가와 “혼자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김씨가 가격을 물으니 18만원이라고 답했다. 생각보다 비싼 값에 놀란 표정을 짓자 종업원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김씨를 바라봤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스포츠마사지를 가장한 성매매업소였다. 요가 깔려있는 넓은 방은 ‘대기실’이었고, 차례가 되면 욕조와 침대가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피부미용’, ‘체형관리’, ‘발마사지’, ‘피부·발 관리’, ‘퓨전샵’…. 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가 지난해 단속한 성행위업소와 유사성행위업소들의 간판에 붙은 이름이다. ‘스트레스클리닉’이란 간판을 단 업소도 최근 등장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들이 쇠퇴하면서 일부 성매매업소들이 ‘건전한’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마치 피부손질을 받거나 심리상담 또는 조용히 명상이라도 하는 곳 같다. 간판만 봐서는 도저히 성매매업소라는 것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성매매업소를 단속하는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경찰청 김해경 여성청소년계장은 “이름으로는 가려내기 힘들어 여경들이 비슷한 범주의 업소에 전화를 걸었을 때 여성 손님은 안 받는다고 하면 일단 의심한다”며 “하지만 그것도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계장은 “경찰관이 매번 손님으로 잠입해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을 잡아야 하는데, 계속 늘어나는 업소를 감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스포츠마사지와 피부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전한 업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ㅅ스포츠마사지 송연지 원장은 “손님들 대부분이 20~30대 직장인 여성들이고, 남성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며 “남성들은 성매매업소에 드나드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까봐 마사지 받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ㅍ스포츠·발마사지 모경진 원장은 “두달 전에 문을 열었는데 성매매업소인지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일부 손님들은 집요하게 퇴폐영업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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