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교수가 쏜 석궁에 맞은 박홍우 서울 고법 부장판사가 15일 밤 서울 의료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동아일보 제공>. (서울=연합뉴스)
판결 불만품은 전직 교수가 공격…생명에는 지장 없을 듯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가,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가 쏜 석궁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55) 부장판사는 15일 저녁 6시35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ㅇ아파트 자기 집 앞에서 김아무개(50) 전 ㅅ대 수학과 교수가 쏜 석궁에 배를 맞았다. 박 부장판사는 왼쪽 아랫배 부위에 깊이 2㎝, 지름 0.7㎝의 상처를 입고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박 부장판사가 화살을 뽑고 걸어 들어왔다”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 부장판사의 아파트 2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관용차에서 아파트로 걸어오던 박 부장판사의 1m 앞까지 접근했으며, ‘실랑이를 벌이다 석궁이 발사됐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장 주변에선 흉기와 화살촉도 발견됐다. 김 전 교수는 경비원과 운전기사에게 붙잡혔으며, 경찰은 범행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김 전 교수는 1995년 ㅅ대 입시 본고사 채점위원으로 참석해 수학 과목의 한 문제가 잘못 출제된 것을 지적했다가 학교와 마찰을 빚었으며, △해교 행위 △학사질서 문란 △다른 교수 비방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고 이듬해 3월1일 재임용에 탈락했다. 김 전 교수는 부교수 지위확인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재임용은 학교의 자유재량’이라며 학교 쪽 손을 들어줬다.
김 전 교수는 2005년 초 다시 소송을 내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 왔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9월 “김씨가 입시 오류 지적에 대한 보복으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학교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 쪽 손을 들어줬고, 박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2심 재판부도 지난 12일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한편,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저녁 서울동부지검에 “이번 사건을 검사장이 수사본부장을 맡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순혁 고나무 기자 hyuk@hani.co.kr
김아무개 전 교수가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습격한 데 쓴 석궁을 15일 밤 경찰이 공개하고 있다. 쇠창살 뒤쪽 얼굴이 가려진 이가 김 전 교수다. 김 전 교수가 쓴 석궁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냥용으로 쓰이는데 유효 사거리 50~60m, 최대 사거리는 150~180m에 이른다. 피습 당시 박 부장판사는 외투를 입고 있었고 1m 거리에서 화살이 탄력을 받기 전에 맞아 다행히 배 부위에 깊이 2㎝의 상처만 입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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