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규 소방장
정연규 소방장, 19년 3500번 출동 ‘최고소방관’ 뽑혀
“다쳐야 한다면 소방관이 다치는 게 옳은 일 아니겠어요?”
정연규(45) 소방장은 소방관이 현장에서 다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3500여차례 현장에 출동한 19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다. 깨진 유리에 무릎을 찔리고,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타버린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출동 현장 맨앞에서 온몸으로 불길과 싸운다.
그런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아 정 소방장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최고 소방관’으로 선정됐다. ‘최고 소방관’은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서 지난해 처음 도입한 제도로, 정 소방장이 첫번째 수상자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누구나 다 하는 일인데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동료들의 믿음도 두텁다. 정 소방장과 함께 근무하는 게 행운이라는 조종문(29) 소방사는 “정 반장님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면 전혀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잦은 새벽 출동과 불규칙한 생활 탓에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면서도 정 소방장은 망설임 없이 소방관을 천직으로 여긴다. 경남 산청이 고향이지만 어릴 적 서울 중화동으로 이사왔다는 정 소방장은 집 근처 소방서를 놀이터 삼아 지낼 정도로 소방관들 곁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숭의전문대 전산과를 1년 다니기도 했다. 지금도 ‘미련’을 못 버려 짬짬이 소프트웨어 관련 책들을 볼 정도다. 플래시를 직접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력도 수준급이다.
정 소방장의 가족은 모두가 ‘예비 소방관’이라고 할 만하다. 집에는 소화기 2개와 로프를 갖춰두고 있다. 자동차에도 여분을 늘 싣고 다닌다. 서너달에 한번씩은 온가족이 불암산 거북등바위를 찾아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 연습까지 한다. 부인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이 모두 즐거워하는데다 안전의식까지 북돋을 수 있어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경험도 있고 하니 쉰살까지는 현장에서 늘 선두에 서고 싶다”는 정 소방장은 “경찰병원처럼 화재 현장에서 다친 소방관들이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소방병원이 없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또 “후배들이 소방에 관한 한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프로가 되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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