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에서 비밀스런 일…가족들까지 현상 수배”
책 등장 이름 상당수도 731부대 간부들과 같아
책 등장 이름 상당수도 731부대 간부들과 같아
미국 중학교 영어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대나무숲 저 멀리서>(So Far from the Bamboo Grove, 한국 번역판 <요코 이야기>)의 저자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아버지가 일제 때 만주에서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은 ‘731부대’의 최고위급 간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요코 가와시마는 책에서 아버지가 만주에서 일한 ‘고위 관리’였으며, 만주에서 한 “비밀스런”일 때문에 소련군이 가족들에게까지 현상금을 걸었고, 결국 체포돼 시베리아에서 6년형을 살고 일본으로 돌아왔다고 적고 있다. 또 속편으로 쓴 <내 오빠, 언니 그리고 나>(1996년)에선 아버지가 1948년 러시아가 풀어준 일본인 일반 포로 석방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당시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전범재판 대상자 명단에서도 빠졌다고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 포로도, 전범재판 대상자도 아니면서 시베리아에서 6년형을 복역한 경우는 731부대 관련자들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731부대 진상규명위원회의 김창권 회장은 18일 “1949년 12월 하바롭스크(하바로프스크) 전범재판에서는 731부대 관련자 12명이 2∼25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로 보내졌으나, 1956년 모두 석방돼 6년여 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나무숲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상당수가 하바롭스크 전범재판 기록에 나오는 731부대 간부들과 같은 것도 의문점이다.
가와시마란 성을 가진 ‘731부대’ 최고위 간부는 세균 제조를 맡았던 제4부장 출신으로 하바롭스크 군사법정에 섰던 가와시마 나가마사(川島長政) 소장인데, 요코는 가와시마란 성은 같지만 한자는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코는 아버지 이름이 가와시마 요시오라고 밝혔지만, 할아버지 이름과 아버지 이름이 같아 의문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이 책 한국판을 낸 출판사 문학동네는 19일 ‘<요코 이야기>에 대한 문학동네의 입장’이라는 이름의 해명서를 내어 “미국에서 이 소설을 교과서로 채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스턴/연합뉴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