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 형제의 친구가 21일 부산 해운대 성심병원 영안실에서 헌화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화재로 15·11살 두 아들 잃은 맞벌이 부부
“아이고, 내 아들들아. 못난 부모를 용서해라.” 20일 새벽 맞벌이로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김아무개(38)·원아무개(35) 부부는 빈소가 차려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성심병원 영안실에 놓여진 두 아들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했다. 원씨는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목메어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김씨의 큰아들(15)과 작은아들(11)이 다녔던 해운대중·해운대초등학교 친구들과 교직원들도 오열하는 김씨 부부를 보고 같이 눈물을 흘리거나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빠는 건축현장·몸 불편한 엄마 새벽까지 식당일
“어려워도 늘 밝게 살았는데” 이웃·친지 눈시울 문상을 온 이웃 주민들도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자라 친지들과 이웃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며 “싸우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던 가정이 화마로 무너진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불은 20일 새벽 1시께 났다. 2층 주택 건물 안을 모두 태우면서 20~30여분 뒤 꺼졌다. 소방서 직원들이 방안으로 들어가보니 김씨의 큰아들(15)과 작은아들(11)이 나란히 숨져 있었다. 경찰은 얼마전 전기 장판을 이웃에서 새로 구입했고 전기시설이 낡았다는 이웃주민들의 진술로 미뤄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나 김군 형제들이 잠을 자다 질식돼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이 났을 당시엔 김씨 부부가 없었다. 건축현장에서 막일을 하는 김씨는 이달 2일부터 울산의 한 건축공사 현장으로 떠난 뒤 계속 집을 비웠다. 마음이야 자주 집을 찾고 싶었지만 ‘하루벌어 하루사는’ 일용 건설직이어서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원씨는 두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석달 전부터 저녁마다 식당으로 나갔다. 숨진 김군의 고모는 “집에 있는 올케한테 곰장어집에 일해보라고 권유했다”며 “평소엔 일찍 퇴근했는데 하필이면 사고가 나던 금요일 저녁에 손님이 평소보다 많아 퇴근이 늦어져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사고나기 이틀 전에 가족들과 통화를 했는데 큰 아이가 ‘아빠 힘내세요’라고 말했고 막내는 ‘학교 숙제로 가족 사진을 만들어야 하는데 빨리 (집으로) 오세요’라고 어리광을 부렸다”며 “못난 부모를 만나 아이들이 짧은 생을 살다 갔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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