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임을 알면서 했을 경우 명예훼손”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이 모두 면책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석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2004년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국회 대정부 질문 도중 허위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며, 국회의원의 국회 발언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런 언급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범위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면책특권 대상에 포함된다고 포괄적으로 해석해왔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허 의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발언했다기 보다, 수사 촉구를 위해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다소 근거가 부족한 채로 발언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허 의원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재판부는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근거가 다소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상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은 2003년 12월 국회 예결위 대정부 질의에서 “썬앤문 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이 이호철 민정비서관을 통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 쪽에 95억원을 줬다고 하는데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은 이듬해 3월 “허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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