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1915년 황실 가족사진 고종의 둘째아들 의친왕의 열한번째 아들이자 ‘비둘기집’을 부른 가수 이석씨가 2004년 4월 공개한 1915년 창덕궁 인정전에서 찍은 황실 가족사진. 왼쪽부터 의친왕, 순종 황제, 고종의 외동딸 덕혜옹주, 영친왕, 고종, 순종 비인 효황후 윤대비, 의친왕 비인 덕인당 김비, 의친왕의 큰아들 이건이다. 연합 의친왕은 조선인과 결혼, 영친왕은 일왕실과 혼례
종묘제례 둘러싸고 “일왕족 참석 못하게 하라” 다툼
[4판] 일본 왕족과의 관계를 두고 고종의 아들들인 의친왕(둘째아들)과 영친왕(셋째아들)의 후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조선 여성과 결혼한 의친왕과 달리 영친왕이 일본 왕족 이방자와 결혼하면서 일본 왕실과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오는 19일 미국에서 귀국해 5월1일 열리는 조선 왕실의 종묘제례에 참석할 예정인 의친왕의 아홉째아들 이충길(67)씨는 최근 조선왕가 복원 추진단체인 ‘우리황실사랑회’를 통해 발표한 귀국 성명에서 영친왕 쪽이 주축을 이룬 종친회 전주이씨 대동종약원(명예총재 영친왕 아들 이구)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씨는 “지난해 종묘제례 때 주최자인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이 일본 왕족을 초청해 아헌관을 맡기는 등 일제 잔재 청산은커녕 일본 왕족을 종묘로 불러들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대동종약원이 일제 잔재 청산에 앞장서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종묘제례 때 이방자(영친왕의 비)의 손자뻘인 일본 왕족이 참석해 아헌관으로서 술을 올렸으며, 이 행사 때 종약원 관계자가 일본 왕족에게 일본어로 인사해 논란을 빚었다. 아헌관이란 종묘제례에서 첫 의식 때 술을 올리는 초헌관에 이어 두번째 의식 때 술을 올리는 제주에 해당한다. 이씨와 우리황실사랑회는 이번 종묘제례를 계기로 대동종약원에 △5월1일 종묘제례 때 이씨가 아헌관 구실을 맡을 것 △일본 왕실과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의 관계를 절연할 것 △이구(영친왕 아들)씨가 일본 왕족의 재정적 후원을 받지 않을 것 △이충길·이석(‘비둘기집’을 부른 가수)씨 등 의친왕 계열이 종약원에서 일정한 구실을 맡을 것 등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우리황실사랑회 관계자는 “대동종약원이 아헌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씨가 종묘제례 때 종묘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동종약원 관계자는 “영친왕 비인 이방자 여사 생전에는 일본 왕실이 종묘제례에 참관했지만 그 뒤에는 초청하지 않았다”며 “지난해에는 일본 왕족이 이구씨의 후견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친왕 계열을 종묘제례에서 배제시킨 게 아니라 그쪽에서 찾아오지 않았다”며 “이충길씨의 아헌관 참석 요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친왕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의 협력 아래 중국으로 망명하려다 실패하기도 했으며, 그 뒤 임시정부에 편지를 보내 “나는 차라리 자유 한국의 한 백성이 될지언정 일본 정부의 한 친왕(親王)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고종은 일본의 요구에 따라 둘째아들인 의친왕 대신 셋째아들인 영친왕을 황태자로 지명했다. 영친왕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왕실의 나시모토 마사코(이방자)와 결혼했고, 이구씨와 이진씨를 낳았다. 현재 이구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대한제국 맏황손으로 종묘제례의 초헌관을 맡고 있다. 이구씨는 일본 왕족으로부터 생활비 조의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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