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사법살인’ 원혼들 명예회복 큰 걸음

등록 2007-01-23 17:07수정 2007-01-24 07:27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일지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일지
공판조서 증거 인정안해 ‘과거사 반성’ 강한 의지

유신 부당성 사실상 인정
법원이 23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숨진 도예종씨 등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뿐 아니라,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판조서의 신빙성 인정 안 돼” =“법원은 도씨 등 피고인 8명에게 적용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당시 사건이 총체적으로 조작됐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작성된 피의자 심문조서를 두고 “진술자들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영장도 없이 장기간 구금 당한 끝에 작성된 것이어서, 신빙성 있는 상태에서 조서가 작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작성된 공판조서에 대해서도 △진술 내용이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있고 △자백을 했다가 다음 공판기일에는 부인하고 △검사 심문땐 자백하다가 변호인 심문에서는 부인하는 점 등을 들어 “증거로 채택은 하되,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정에서 판사의 지휘 아래 작성되는 공판조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정하므로, 재판부의 이런 결정은 강력한 과거청산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의 이런 판단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대개의 경우 법원은 고문으로 말미암은 경찰 단계의 조서 증거능력은 부인해도 검찰 단계의 조서와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해 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숨진 송상진·하재완씨가 평양방송을 청취하고 이를 노트에 옮겨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위는 아니다”라며,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 혐의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유신체제의 정당성 사실상 부인=재판부는 민청학련에 대해 “유신체제 타파와 민주주의 회복을 목표로 할 뿐, 국가 변란이나 국헌 문란을 위해 조직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의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부가 유신헌법 반대 운동을 하기 위한 조직이었던 민청학련을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는 유신 체제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했을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당시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이 이를 심사할 권한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법률에 준하는 긴급조치의 위헌성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유족 배상 이뤄질까?=피고인들의 무죄가 확정되면 유족들에 대한 국가 배상이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유가족 45명은 이미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3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2003년 ‘수지김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4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에도 안기부에서 의문사한 최종길 전 서울대 교수의 유족들에게 1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들 사건과 견줘 볼 때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받게 될 배상금은 최소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