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케이티앤지(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선거공판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난 뒤, 원고 쪽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펼침막 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일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배 변호사 왼쪽)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변호인들은 “사법부가 유해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보호하고 국민건강을 외면한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할 것임을 밝혔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내 첫 담배 소송에서 법원이 담배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조경란)는 25일 폐암 환자 김안부씨(사망) 등 5명이 케이티앤지(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또다른 폐암 환자와 가족 31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들의 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결과라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사이의 일반적인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원고들이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흡연으로 말미암아 폐암과 후두암이 발병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폐암과 후두암이 피고가 판매한 바로 그 담배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니코틴 중독으로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가 제조·판매한 담배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고 쪽은 “즉각 항소하겠다”며 반발했다. 배금자 변호사는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케이티앤지의 경고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며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케이티앤지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며 “흡연과 폐암 등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이는 그동안 현대 예방의학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던 흡연의 일반적 위험성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원양어선 기관사 출신인 김안부씨와 가족들은 1999년 9월 “30년 이상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생겼다”며 국가와 케이티앤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95년 12월에도 김수만씨 등 흡연자와 가족들이 같은 취지로 3억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케이티앤지를 상대로 7년 동안 각각 30여 차례의 변론을 열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순혁 김수헌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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