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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토의 막내’ 지킴이들 “경계 이상무”

등록 2005-03-16 22:59수정 2005-03-16 22:59

 정부가 독도 전면 개방 방침을 밝힌 16일 윤병선(23·왼쪽) 상경, 안병석(22) 이경 등 독도 경비대원들이 어두운 밤바다를 응시하며 소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독도/박영률 기자 <a href=mailto:ylpak@hani.co.kr>ylpak@hani.co.kr</a>
정부가 독도 전면 개방 방침을 밝힌 16일 윤병선(23·왼쪽) 상경, 안병석(22) 이경 등 독도 경비대원들이 어두운 밤바다를 응시하며 소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독도/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일본 독도조례 파장] 독도 ‘뱃길따라 200리’ 르포

물개·돌고래 ‘우리땅’ 가는 물길 따라와
서도 경비대초소 불빛 동도 환히 비춰

[4판] “바로 저곳이 독도입니다. 이 시간에 독도를 찾은 기자는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16일 오후 울릉도 저동항을 출발한 지 네 시간, 독도로 향하던 어업지도선 경북 202호(27t급) 선장 서영철(49)씨가 입을 열었다. 가로등인듯 착각을 부르는 어선 불빛들 사이로 대한민국 최동단 국토의 막내 독도가 의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정부가 이날 독도방문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제일 먼저 언론인들의 발길이 섬을 가득채웠다. 하지만 밤에 찾은 독도는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저편 어둠속에 우뚝 솟은 독도는 망루에 긴장된 초병처럼 처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서도의 뾰족한 남성적인 봉우리와 완만하게 펼쳐진 동도의 곡선이 초소에서 흘러나오는 긴 불빛 사이로 절경을 빚어냈다. 동도 꼭대기 독도 경비대 초소는 하얀 성채인듯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어렵게 구한 배 경북 202호는 우여곡절 끝에 울릉도를 출발했다. 큰 물결이 없는 날씨인데도 이 27t급 작은 어업지도선은 몹시 흔들리며 13노트의 느린 속도로 힘겹게 움직였다. 선장 서씨는 “1년에 20여차례 독도를 왕복하는 유일한 어업지도선인데, 15년이나 된데다 너무 작고 느려 위험하다”며 “해양수산부에 배를 바꿔달라고 몇 번 얘기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독도로 가는 바닷길에는 물개와 돌고래들이 바닷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자맥질을 치며 모처럼의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 익숙지 않은 멀미가 속을 뒤집어 놓을 즈음 도달한 독도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근무태세 이상없습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2년 전부터 교대로 독도 경비대장을 맡고 있는 이재현(25) 경위는 “국토방위의 최일선에 있다는 생각으로 독도를 지키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욱 굳은 사명감으로 근무에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 있다. 서도는 사람이 살 수 없어 어선 대피소로만 쓰인다. 독도 경비대가 주둔하는 곳은 동도다. 동도에 배 접안시설이 만들어진 것은 불과 3년 전. 그 전에는 조그만 공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댄 뒤 급하게 물건을 부려야 했다. 지난해 삭도가 준공돼 편하게 짐을 옮기게 됐지만 그 전까지는 직접 물건을 지고 꼭대기까지 나르거나 어설픈 와이어에 운송을 의지해야 했다.

부두에서 경비대 초소까지 수백개의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자 초소가 나타났다. 어스름 달빛 아래 높은 깃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와 한국령이라고 음각으로 새겨진 바위, 무장한 채 동쪽바다를 응시하는 전투경찰들이 이곳이 우리땅임을 실감하게 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동쪽바다를 접한 초소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던 윤병선(23) 상경은 “조국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젊음의 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철통 같은 경계태세로 이곳을 지키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부분의 전경들은 “인터뷰를 못하게 돼 있다”고 입을 다물었지만 길 안내를 맡은 한 전경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등에 분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젊은이로서 당연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직도 찬 바람속에서 총을 들고 조국의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젊은이들과 동해 한가운데 우뚝선 우리 섬 독도를 보면서 문득 국토의 의미를 알고 싶거든 독도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독도/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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