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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과거청산 지렛대 ‘사법개혁’ 도움닫기

등록 2007-01-31 21:16수정 2007-01-31 22:33

31일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이 이날 공개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법관들의 명단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31일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이 이날 공개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법관들의 명단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판결책임 재확인…당시 검사 책임도 부각
재심·특별법 통해 긴급조치 무효화 필요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송기인)가 31일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판결한 법관 492명의 이름을 전부 공개한 것은 사법부 과거사 정리의 실질적인 첫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군·국정원·경찰은 자체적으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활동하고 있으나, 유독 법원과 검찰은 말만 무성할 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결 책임지는 계기로=특정 시기의 ‘악법’을 적용해 판결한 법관들의 이름이 모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판결문 공개주의가 원칙이기는 하지만, 30여년 전 사건의 판결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의 의미는 크다. 사법부 쪽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법관은 자신의 판결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계기가 됐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도 “판사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면 자랑스럽게 공개해야 할 것이고, 부끄럽다면 당시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번 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을 이번에 진실화해위가 대신 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책임 없나=진실화해위의 이번 보고서에는 긴급조치를 적용해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명단은 나와 있으나, 당시 기소한 검사가 누구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억울한 사람들을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의 명단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검찰의 책임은 묻어두고 사법부만 일방적으로 비판을 받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1차 인혁당 사건 때 중앙정보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이들을 기소하는 대신 사표를 쓰며 소신을 지킨 검사들이 있었다”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건들조차 기소했던 당시 검사들의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는 “당시 긴급조치 시대를 유지한 실질적인 주역은 중앙정보부와 검찰”이라며 “수사와 공소제기 과정에서 무리하게 법을 적용한 사람들의 잘못된 모습들을 규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치 판결 무효화 가능한가=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을 무효화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우선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법원의 재심을 통해 앞선 판결을 무효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던 사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다.


두번째로는 독일의 경우처럼 특별법을 통해 한꺼번에 관련 판결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독일에선 나치 치하에서 저질러진 초법적인 판결에 대해 이후 특별법 입법을 통해 무효화했다. 사법부로서는 타율적 해결방안인 셈이다.

조국 교수는 “양쪽 방법 모두 좋다고 보지만, 법원이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의 폭을 넓힘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푸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긴급조치 판결은 당시 실정법 처벌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결과이므로 개별 판결의 재심보다 입법을 통한 해결 같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이런 특별법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없는 상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법관별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요지
법관별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요지


누리꾼 80% “공개 찬성”
대법원 침묵 속 하급심 판사들 “적절 의견표명 필요”

진실화해위원회가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에 참여한 법관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사설과 기사를 통해 반대 논리를 펼쳤지만, 대다수 국민은 실명 공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꾼 80%, 실명 공개 찬성=인터넬 포털사이트들과 여러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실시간 여론조사에서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의견이 80%에 육박했다. 네이버가 지난 30일부터 시작한 ‘뉴스폴’에서는 31일 오후 4시 현재 1만8180명이 참여한 가운데 ‘명단 공개 찬성’이 1만3865명(76.27%)으로 ‘반대’ 4049명(22.27%)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디어다음에서 진행 중인 설문에서도 같은 시각 찬성이 79.9%, 반대가 18.7%로 나타났다. <인터넷한겨레> 라이브폴에서는 찬성이 79.5%, 반대가 20.5%였다.

‘더반’이라는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올린 글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감옥으로 보낸 판사들의 (변명)논리는 나치 정권에서 수많은 사람을 공개 처형하고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라고 판결한 나치 판사들의 변명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누리꾼(cando7774)은 네이버의 긴급조치 판결 관련 기사에 단 댓글에서 “(실명을 공개해야) 지금 판사들이 긴급조치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무력하게 실정법 운운하며 양심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누리꾼(lizard5301)은 네이버 ‘한줄의견’에서 “긴급조치법을 제정한 입법기관이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당시 긴급조치법이 법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충분하다”며 명단 공개에 반대했다.

대법원 “현직 법관에 초점 맞추지 말아야”=대법원은 명단이 공개된 31일 오후 변현철 공보관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공식 견해를 밝혔다. 변 공보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30년 전 시대 상황에서 사법시스템 전체가 짊어질 과오를 우연히 현직에 남은 몇 명의 법관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미래지향적인 과거사 정리를 할 수 없다”며 “이번 논의가 진실과 화해를 향한 바람직한 길로 가는 데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신재 고나무 기자, 윤은숙 수습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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