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권 새 지폐의 점자 표시는 구권과 달리 오른쪽에 있다. (점선 안)
“이용권 차별” 인권위에 진정
“새 지폐인데도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시가 잘 안 만져져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2·시각장애 2급)씨는 지난달 22일부터 1천원·1만원권 새 지폐가 발행된 뒤 오히려 돈을 사용하기가 더 불편해졌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5천원권 지폐만 새로 나와 그나마 구권과 구별하기가 수월했는데, 지금은 무려 6가지 종류의 지폐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시각장애인청년연합, 희망제작소는 “현재의 지폐는 시각장애인들을 명백히 차별하는 것”이라며 오는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뒤 한국은행을 방문해 대안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화폐에는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보편적 이용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지폐의 크기와 돌출 점자 표시가 예전보다 지폐 구별을 더 쉽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시각장애 1급인 김영일 조선대 교수(특수교육)는 “새 지폐라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구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돈을 구별하기 어려우니 종류별로 지갑과 주머니에 따로 넣고 다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지폐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면서 그 개수로 액면가를 구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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