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심한 경쟁 벗어나
유럽·미국으로 눈돌려
수십명 영어강좌 북적
유럽·미국으로 눈돌려
수십명 영어강좌 북적
“태권도 세계보급 교훈삼아
지구촌에 최강 바둑 전파” “유럽 사람들도 바둑을 좋아하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적어요. 동양의 바둑 기사들에겐 ‘블루 오션’인 셈이죠.” 바둑 프로기사인 윤영선(30·여) 5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독일어로 바둑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부터 해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국외 진출을 모색해 온 그는 지난해 함부르크 바둑클럽의 제의로 결심을 굳혔다. 아홉 달쯤 지난 지금은 2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일주일에 한차례씩 바둑 강의를 한다. 바둑클럽에서 집을 마련해주고, 그룹 과외와 개인 교습으로 한달에 150만원 남짓 벌고 있어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갈 만하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기사들의 수입이 월 300만원 안팎인 것에 견주면, 윤씨는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안영길(27) 5단도 요즘 바둑 용어를 영어로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15일 동료 2명과 함께 영국에 가서 현지 바둑 환경과 시장 규모를 조사하고 올 예정이다. 그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부담스럽다”며 “영국에 정착하면 프로기사를 접고 교육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둑 이민’을 꿈꾸며 나라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젊은 프로기사들이 늘고 있다. 안 5단처럼 국외 진출을 준비하는 20~30대 프로기사들만 해도 10여명이다. 바둑 이민을 위한 영어 강좌도 인기다. 한상대 명지대 교수(이민학과)는 아마바둑협회와 협력해 2005년부터 1년 과정의 영어 바둑 교습법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70∼80명이 거쳐 갔다.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아마 6단 홍슬기(25·명지대 바둑학과 4년)씨는 “2003년 유럽에서 열린 아마추어대회에 다녀온 뒤 바둑 기사에 대한 현지의 예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1년쯤 휴학하고 독일에서 바둑 보급에 전념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둑 기사들이 이민을 선택하는 것은 극심한 경쟁과 인기 하락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기사가 200명이 넘지만 대회 수는 10여개에 그쳐 경쟁이 심하다. 반대로 바둑의 대중적인 인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국내에선 10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2200여곳에 이르던 바둑교실과 기원이 1500여곳으로 줄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쪽은 바둑 인구가 꾸준히 늘어 현재는 1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바둑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이미 1930년대부터 프로기사를 외국에 파견해 현지에 바둑 단체를 설립함으로써 일본 바둑을 알려 왔다. 이런 노력으로 유럽 등지에서 통용되는 바둑 관련 책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만든 것이다. 한상대 교수는 “1960년대부터 태권도 사범들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현재 180여 나라 6천여만명으로 태권도 인구가 늘어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형모 한국기원 홍보팀장도 “10년 동안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누려 온 만큼, 이제는 세계에 바둑을 더 많이 보급하는 데 기여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신소영 수습기자 seek16@hani.co.kr
지구촌에 최강 바둑 전파” “유럽 사람들도 바둑을 좋아하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적어요. 동양의 바둑 기사들에겐 ‘블루 오션’인 셈이죠.” 바둑 프로기사인 윤영선(30·여) 5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독일어로 바둑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부터 해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국외 진출을 모색해 온 그는 지난해 함부르크 바둑클럽의 제의로 결심을 굳혔다. 아홉 달쯤 지난 지금은 2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일주일에 한차례씩 바둑 강의를 한다. 바둑클럽에서 집을 마련해주고, 그룹 과외와 개인 교습으로 한달에 150만원 남짓 벌고 있어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갈 만하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기사들의 수입이 월 300만원 안팎인 것에 견주면, 윤씨는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안영길(27) 5단도 요즘 바둑 용어를 영어로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15일 동료 2명과 함께 영국에 가서 현지 바둑 환경과 시장 규모를 조사하고 올 예정이다. 그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부담스럽다”며 “영국에 정착하면 프로기사를 접고 교육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둑 이민’을 꿈꾸며 나라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젊은 프로기사들이 늘고 있다. 안 5단처럼 국외 진출을 준비하는 20~30대 프로기사들만 해도 10여명이다. 바둑 이민을 위한 영어 강좌도 인기다. 한상대 명지대 교수(이민학과)는 아마바둑협회와 협력해 2005년부터 1년 과정의 영어 바둑 교습법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70∼80명이 거쳐 갔다.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아마 6단 홍슬기(25·명지대 바둑학과 4년)씨는 “2003년 유럽에서 열린 아마추어대회에 다녀온 뒤 바둑 기사에 대한 현지의 예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1년쯤 휴학하고 독일에서 바둑 보급에 전념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바둑 프로기사 윤영선 5단이 독일 라이프치히 바둑 클럽이 개최한 ‘초청 다면기(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동시에 대국하는 것) 세미나’에 참석해 현지인들에게 바둑을 지도하고 있다. 윤영선 5단 제공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이미 1930년대부터 프로기사를 외국에 파견해 현지에 바둑 단체를 설립함으로써 일본 바둑을 알려 왔다. 이런 노력으로 유럽 등지에서 통용되는 바둑 관련 책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만든 것이다. 한상대 교수는 “1960년대부터 태권도 사범들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현재 180여 나라 6천여만명으로 태권도 인구가 늘어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형모 한국기원 홍보팀장도 “10년 동안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누려 온 만큼, 이제는 세계에 바둑을 더 많이 보급하는 데 기여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신소영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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