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또하나의 성역을 깬다 ‘법원 판결비평’

등록 2005-03-17 14:30수정 2005-03-17 14:30

판결비평 표지. 참여연대 제공.
판결비평 표지.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 <판결비평> 첫발…사법부 독립성 훼손 우려도

사법부의 판결은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차원의 다툼을 조정하는 최고의 결정기관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사법부의 판결이 각종 압력집단의 이해에 따라 해석되고 비판된다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법부가 판결에 대해 쌓아온 이미지도 ‘신성불가침’이었다. “법관은 오로지 판결로 말한다”고 말할 뿐, 판결에 대해서 법관은 재판 전이나 후에나 언급을 삼갔다. 사법부의 판결문은 그렇게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은 판결문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판결문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성역 ‘사법부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가 “감시와 비평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역이란 없다”며 적극감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판결 비평’을 시작했다.


“사회변화·국민법감정 외면한 판결 적극 비평하겠다”

“골방에 갇힌 게 사법부의 독립은 아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한 본격적 비평,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을 15일부터 시작한 참여연대의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 반인권적이거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등한시한 판결 또는 반대로 긍정적인 판결을 적극 소개하고 비평하기 위한 것이다”며 “법학자나 변호사계 등 일부 전문가층에게만 국한된 판결에 대한 비판을 대중적인 공론의 장으로 확대하고 사법부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최소 두달에 한번 꼴로 판결비평을 발표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들이 판결비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사법분야 시민감시활동과 사법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맡았다. 지난해 한번 실시한 ‘디딤돌 판결, 걸림돌 판결’ 발표를 확대한 것이다.

이경주 교수 “기계적 삼권분립…법원, 감시와 비판서 빠져있었다”

이런 판결비평에 대해 인하대 이경주 교수(법학)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법 판결에 대한 불복종이 아니라, 권위에 짓눌렸던 사법부가 시민 곁으로 다가오는 긍정적인 변화다.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비판의 여지는 열어두는 것이다. 판결에 대한 비판이 혼란이라기보다는 ‘성장통’이다. 기자들도 판결에 대한 전문성이 적어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판결도 불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해서 서로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쪽의 영향으로 헌정사에서 사법부가 지나치게 권위주의화되고, 기계적인 삼권분립 때문에 감시와 비판의 영역에서 빠져 있었다. 또 하나의 성역이 깨지는 것이다. 사법부가 존중 받으려면 사회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권위있는 판결로 스스로 권위를 세워야 한다.”

대법원 “건전비평은 수용하겠지만 판결 불복종 우려돼”

하지만, 이런 참여연대의 ‘판결비평’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건전한 비평이라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렇게 강조했다.

“법률에 따라서 판결할 뿐, 법을 뛰어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 법률의 개정으로 해결할 문제를 판결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잘못이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게 아니라, 판결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한쪽에만 기울여서 비평하지 않기를 바란다.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복종으로 비칠 수도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헌변 “판결에 족쇄를 채우면 독립성 저해”

보수적인 변호사단체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헌변)의 이승환 총무(변호사)도 “판결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판결을 비평할 수 있다. 법치주의 내실화 차원에서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법률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시국관, 역사관에 따라 편향적이어서는 안되는데 이념공세에 머물러서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수 있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결을 해야 되는데, 사회의 여론이 사법에 족쇄를 채워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압력으로 경우에 따라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사법부 정당성이 약해서 독립성 명분을 악용해와”

이런 지적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박근용 팀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골방에 갇히는 것과는 다르다. 사법부 판결의 정당성이 빈약했기 때문에 독립성이라는 명분을 악용한 것이다. 판결을 부정하거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건전한 토론으로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사건이 재현될 때 어떻게 할 것이냐, 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이냐 등의 변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판결은 완전무결하거나 불변하는 게 아니라, 사회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한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아니라, 사법부에 의해 사회적 갈등이 조정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영향력도 커지는 만큼 법원 판결에 대한 토론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이제 판결은 광장에서 다시 재판대에 올랐다. 공론의 장에서 뜨거운 토론을 거쳐,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판결이 나올 일만 남았다.

첫번째 비평대상 ‘그때 그사람’ 삭제결정, ‘박근혜 대표 비판글’ 유죄판결

한편, 참여연대는 ‘판결비평’ 첫번째로 지난 1월에 나온 두가지 판결을 비평하였다.

판결비평은 국회의원 출마예정자인 박근혜 의원의 홈페이지에 박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쓴 네티즌에 대해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93조 위반 유죄라고 판결한 것은, 경직된 법률해석으로 국민의 정치의사 표현의 자유를 더 등한시한 것이라 비판하였다. 또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일부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도록 한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에 대해서는 상영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창작기법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지극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판결비평 전문①]
[판결비평 전문②]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