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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사 진전없자 ‘짜맞추기’ 무리수

등록 2007-02-06 01:56

제이유 검찰 ‘거짓진술 강요’ 녹취록 충격
주수도 회장 선고 앞 공개 또 다른 의문
<한국방송>이 5일 보도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백아무개 서울동부지검 검사의 발언은, 검찰이 이미 짜맞춰 놓은 ‘그림’에 따라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를 접한 검찰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검사는 이날 밤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검사가 그런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도 “검사들끼리 ‘설마 검사가 그런 말을 했겠냐’ ‘할 말이 없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찰 일부에선 이번 사건이 해당 검사의 개인적 성향 탓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녹취가 이뤄진 지난해 9월 말은, 주수도 회장을 비롯한 제이유그룹 관계자들의 비협조와 주요 혐의자에 대한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했던 시기다. 수사팀으로선 몇달째 주요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아내지 못해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실제로 녹취록을 보면, 제이유그룹 납품업자로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과도 깊은 관계를 맺어온 강아무개씨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두고, 백 검사는 ‘이런 식으로 진술해야 강씨를 구속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피의자 김아무개씨를 설득하고 있다.

수사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형 비리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검사장과 차장검사가 직접 대검에 보고하는 등 무척 신경을 썼다”며 “이 때문에 수사팀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이 공개된 시점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만들어진 지 4개월이 넘은 녹취록이 왜 하필 주수도 제이유 그룹 회장의 선고 공판을 앞둔 지금 공개됐냐는 것이다. 주 회장 등의 선고 공판은 애초 5일로 예정됐지만, 1주일 연기된 상태다.

다음은 <한국방송>(KBS)이 보도한 백아무개 검사와 피의자 김아무개씨의 신문조사 테이프 녹취록의 요약본이다.

검사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주겠어요? 도와줘, 깨끗하게 ….”

김씨 “깨끗하게 하는 김에 도와줘요?”

검사 “응, 도와줘.”

[중략]

검사 “이건 김00씨 진술이 아주 절대적이거든. 여기서 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 진짜 어떻게 보면 연결고리 아니에요, 강00와 둘 사이에 …. 그러니까 해결해 줘야지. 김00가 나자빠지면 우리는 해결이 안 나, 아무리 봐도 ….”

[중략]

김씨 “상대방이 위증을 증명하면 어떻게 됩니까?"

검사 “잘못됐다는 걸 어떻게 입증해요? 입증할 방법이 없잖아요. 본인이 다 관여한 일인데. 아무도 모르는데, 오직 김00만 알고 있는 건데. 이건 확실히 보장하고, 재판에서 김00가 잘 이야기하면 되지 ….”

[중략]

김씨 “거짓말하라구요?”

검사 “거짓말하고 법원에 가서도 거짓말하세요. 이것은 그게 실체에 맞아, 거짓말이든 뭐든.”

[중략]

검사 “이게 핵심이야. 내가 원하는 게 이거거든. 이렇게 진술한 거로 하면 돼.”

김씨 “진술한 걸로 하라고요?”

검사 “이렇게 진술하고, 이게 맞아.”

[중략]

검사 “저는 사실 피해자나 마찬가집니다, 이런 말로 유리하게 써 줄께 …. 자이스트 납품과 관련하여 강00로부터 한푼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

[중략]

검사 “이거 하나 서명하고 가!”

김씨 “시간을 주세요.”

검사 “희생타를 날려, 뭘 생각하겠다는 거야? 못하겠다 이거야?”

[중략]

검사 “아휴, 김00가 이거 말 바꾸면 무죄지, 이것은. 뭐든 김00를 믿고 하는 건데, 김00가 말 바꾸면 무죄예요, 셋 다 무죄야 …. 그럼 적이 되는 거지 뭐 …. 그러니까 내가 솔직하게 희생타 날리라고 그러잖아 ….”

[중략]

검사 “괜히 무슨 뭐 검사가 진술을 강요했네, 그런 소리 하면 안돼 …. 서로 비밀에 관해선 지킬 건 지켜가면서 그렇게 하자고 ….”

<한국방송> 제공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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