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검찰 선우영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이 6일 오후 청사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언론사가 보도한 녹취록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의 부적절한 언행과 조사 방식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읽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밀실·강압수사 관행 탓!
제이유 그룹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한 사건(<한겨레> 6일치 6판부터 1면 참조)을 두고 법원과 변호사, 법학 교수들은 “검찰의 밀실 수사 관행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수사검사 개인의 잘못에 무게를 두는 검찰과는 다른 시각이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녹취록의 내용을 보면, 수사검사가 스스럼없이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 밀실, 강압 수사 관행이 만연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의뢰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밀실 수사는 검사를 피조사자에게 진술을 강요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할 수 있는 유혹에 노출시킨다. 수사 실적을 강요받는 인지 수사는 이런 유혹에 더욱 약하다.
피조사자가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작성된 검찰 조서에 대해 이의조차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조서에 날인했던 피고인이나 증인들도 법정에 나와 검찰 조서에 뉘앙스가 전혀 다르게 표기됐다거나, ‘∼했던 것 같다’는 말을 ‘확실히 ∼했다’는 식으로 잘못 적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런 수사 관행은 법원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지난 2004년 대법원이 피의자가 법정에서 부인한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자, 검찰은 ‘수사 못하겠다’고 반발했다”며 “검찰이 밀실 수사 관행을 버리지 않으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공판중심 주의 확대 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 기회에 수사에서 기소에 이르는 과정에 증거법상의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자백과 진술 위주의 검찰 수사방식을 문제 삼았다. 한 고위 법관도 “이러니까 검찰이 작성한 조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고, 공판중심 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대검의 한 중견 검사는 “특별수사를 할 때는 수사 내용이 변호사를 포함해 피의자 쪽에 다 전해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수사한다. 이번 사건은 한 문제있는 검사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안에서는 백아무개 검사가 판사 출신임을 지적하며, ‘공판조서 임의 변경 등 법원에서 잘못 배운 것을 못 고쳤다’고 법원의 잘못된 관행을 겨냥한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도 “수사 경험이 없는 검사가 큰 사건을 수사하며 벌어진 일 같다”며 사건이 검찰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전정윤 이순혁 고나무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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