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덕 기자
경기 수원시청 소속 공무원 2311명이 지난 5년 동안 333억여원의 초과근무수당을 ‘꿀꺽했다’는 지난달 29일 <한겨레> 보도 뒤 전국에서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기자가 아는 수원시 공무원들은 “수원시가 재수가 없어 걸렸지, 이게 어디 수원시만의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어제는 서울의 한 구청 직원이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지난 2일 오후 4시 구청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수원시 공무원 초과근무 부정’에 대한 <한겨레> 기사는 물론 타 신문 관련 기사가 발췌·복사돼 회의자료로 나갔고, 이날 회의는 ‘걸리지 않게 문단속 잘하라’는 주문으로 끝났습니다.”
사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수원시는 규모가 컸고 꼬리가 잡혔다는 차이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말에는 ‘내일도 어쩔 수 없어’라는 체념이 따라붙는 것 같아 솔직히 두렵다. ‘나쁘지만 다 하는데…’라며 불법을 집단적으로 묵인하고, ‘나눠먹기’를 서로 용인하는 일에 우리 사회가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공무원을 일컬어 ‘철밥통’이라고 한다. 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공무원이 굳건해야 나라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당 9622원(사무관 기준)을 위해 양심을 파는 데서 오는 그런 굳건함은 아니라고 본다.
저녁이면 희미한 불빛 아래 서너 개에 1천원 하는 붕어빵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바동대고, 낮에 주운 골판지를 수레에 한가득 싣고 귀가하는 고단한 서민들의 삶이 여전하다. 서민을 위해 봉사해 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허탈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쩔 수 없다는 행태가 되풀이될수록 서민들은 더 골병이 들어 간다. 이번만큼은 잘못 집행된 세금 내역을 밝혀 꼭 물어내게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