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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원망만 했던 아버지, 하지만 사랑해요

등록 2007-02-07 18:45

김계성씨
김계성씨
민간인학살 희생’ 아버지 명예찾는 김계성씨
충북 청주시 영운동 김계성(62·사진)씨는 요즘 57년 전 헤어진 아버지를 찾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보도연맹원 사건에 연루돼 1950년 7월9일 청원군 부용면 부강리 수리너머 고개에서 희생된 아버지 김학돈(당시 26살)씨의 명예를 찾는 일이다.

김씨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회원 등과 함께 충북지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캐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김씨는 민간인 학살 청원군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57년 만에 아버지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다.

공책 6장에 빼곡이 눌러 쓴 편지에는 그리움, 원망, 사랑,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하니 할 말은 너무 많은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를 몰라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라는 첫마디를 쓴 뒤 며칠 동안 한 줄도 못 썼다”고 했다.

그는 “어디 좀 금방 다녀올게”라는 말로 여섯살배기 딸을 안심시키고 돌아서던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을 회상하는 것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그 쓸쓸한 뒷모습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막 달려가 매달려 절대로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무나 어렸던 그때가 한스럽다”고 썼다. “엄마, 아빠 왜 못 오셔”라며 어머니를 조르던 일이며, 다른 아이들이 아버지 손을 잡고 가는 것만 봐도 눈물을 흘렸다는 투정으로 글을 이었다.

57년 전 보도연맹 사건 연루돼 돌아가셔
연좌제 묶여 고생만…눈물로 쓴 편지 6장
한국전 청원군 학살 진상규명 발벗고 나서

아버지 없이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고생한 일과 보도연맹원의 가족으로 살면서 피해 본 일, 못 배운 한을 풀려 굶으면서도 두 아들과 딸을 공부시킨 일 등을 아버지에게 잔잔하게 알렸다. 그는 편지에 “포장마차, 식당, 파출부 등을 하면서 16번이나 이사를 했다”며 “보도연맹 자식들은 잘 배우지도 못했지만 아버지의 억울한 학살을 밝힐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썼다.

그는 “너무 늦었지만 이렇게 아버지 앞에 서니 어린 시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이제 여한을 푸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57년 만의 대화를 마쳤다.

그는 “생활에 쫓겨 원망하고, 잊고만 살아온 아버지를 환갑이 넘어서야 다시 불러 본다”며 “늦게나마 나와 남의 기억과 자료를 더듬어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한을 풀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 충북대책위가 청주·청원 보도연맹 유족회 등의 도움으로 8일 저녁 7시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여는 평화 콘서트에서 편지를 소개할 참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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