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거짓자백 강요’를 녹음한 김아무개(40) 전 제이유그룹 이사가 이재순 전 청와대 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검찰에 최초로 제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를 도우며 주수도 회장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김씨가 갑자기 녹취록을 외부에 공개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김씨와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은 심한 갈등 관계에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김씨가) 주씨의 비리 혐의를 검찰에 제보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이 전 비서관이 납품업자 강정화씨 소유의 학습지 회사 ㅅ사를 통해 제이유그룹과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이유그룹의 구매담당 이사로 근무하며 납품업체로부터 3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는데,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에 출석해 자발적으로 이 전 비서관 연루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도 “당시 도피 중이던 주 회장은 ‘김씨가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에 관한 허위 내용을 국정원에 제보했다’며 비난하고 다녔고, 반대로 구속됐던 김씨는 주씨를 공격하기 위해 이 전 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납품업자 강정화씨가 ‘학습지를 납품하던 ㅅ사의 이익은 이 전 비서관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ㅅ사는 이 전 비서관의 동생이 한때 대표로 재직한 회사다.
이 때문에 검찰과 제이유그룹 피해자 모임 쪽에서는 김씨의 녹취록 폭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씨가 녹취록을 이용해 자신의 추가 기소를 막으려고 했거나 주씨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7일 “검찰과 플리바기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으며, 주씨와도 더 이상 서로를 비방하지 않기로 했을 뿐 다른 것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씨는 8일 밤늦게까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이유그룹 피해자 모임은 이날 기자실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녹취 사건’으로 주수도씨의 사기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녹취록 작성자인) 김씨는 ‘주수도 살리기’ 책동을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검 감찰반은 이날 녹취록을 작성한 김씨를 불러 녹취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순혁 김기태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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