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단속·구금 관련 제도
[이주노동자 정책 이대론 안된다] ① 최소한의 인권보호 장치들
단속·구금 인권유린 심각
단속·구금 인권유린 심각
지난해 4월17일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단속반원 12명이 부천 도당동 ㅇ업체를 덮쳤을 때, 인도네시아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 누르 푸아드(당시 30살)는 기숙사 3층에서 아내 리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반원들에게 붙들려 수갑까지 차게 된 그는 겉옷을 입으려고 잠시 수갑을 푼 사이에 방 창문을 통해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 달아나려다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단속반원들은 당시 건물 주인의 허락도 없이 무단 침입했고, 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처럼 불법체류(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연행, 감금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면서 미등록 외국인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숨지기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1일 27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는 매일매일 벌어지다시피 하는 이주노동자 인권 유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설령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단속과 연행 과정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 등 제3자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인권단체 등의 주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단속은 체포에 준하는 행위인데도, 행정처분이라는 이유로 영장주의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쪽은 이에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과의 한 직원은 “범죄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일이 법원의 통제를 받으라는 말은 사실상 이주노동자 단속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연행에 이어 이주노동자를 보호(구금)하는 과정도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 김해성 목사는 “출입국관리법 제52조에서는 최고 20일까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보호기관에서 구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제63조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해 구금의 한계를 정하지 않았다”며 “법 조항끼리도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는 보호소에 들어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20일의 한계를 넘어서 1~2년까지 갇혀 있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고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출신 예르킨(47)도 꼬박 1년째 갇혀 있다 변을 당했다. 시민단체에서는 ‘20일 구금 시한’을 넘기면 풀어주거나, 구금 기간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지적들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출입국관리법의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여섯달 이상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민단체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표 참조) 그나마 법 개정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정정훈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의 단속과 연행, 보호(구금)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원의 통제를 받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라며 “그러나 현재 이주노동자 보호소에서는 이들을 행정처분의 대상이 아닌, 사실상 수형자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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