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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곡 빈민운동 김흥겸씨 10주기

등록 2007-02-13 18:46수정 2007-02-13 20:21

1985년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고 김흥겸씨가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고 있다. 친구들은 김씨가 곧잘 입고 다니던 사진 속의 바지를 인민해방의 상징인 ‘마오 바지’라고 불렀다. ‘김흥겸과 벗들’ 인터넷 카페 자료
1985년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고 김흥겸씨가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고 있다. 친구들은 김씨가 곧잘 입고 다니던 사진 속의 바지를 인민해방의 상징인 ‘마오 바지’라고 불렀다. ‘김흥겸과 벗들’ 인터넷 카페 자료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일대는 ‘난곡’이라 불린다. 1960년대 이래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곳이다. 유배된 장군이 난초를 많이 길러 ‘난곡’이라 했다는데, 도시 빈민들은 ‘낙골’이라 불렀다. 뼈들이 흩어진 마을이라는 스산한 뜻이다.

비탈진 달동네 꼭대기에는 ‘낙골 교회’가 있었다. 97년 1월 서른여섯 나이에 위암으로 스러진 빈민운동가 고 김흥겸씨가 몸 담았던 곳이다. 13일 저녁 연세대학교 신학과에는 그를 사랑하는 친우 100여명이 모였다. 81학번이었던 그의 10주기 추모식인데, 친구들이 지난해부터 행사를 준비했다. <낙골연가>라는 그의 유고집은 이번에 <아주 특별한 배웅>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교정에 모여든 친구, 낙골 주민, 철거민협의회 사람들이 하나둘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대학 동기는 <김흥겸, 김해철>이란 제목으로 짧은 영화를 상영했다. 김해철은 그가 쓰던 가명인데 ‘철거민 해방’이란 뜻이다.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가엾은 하나님” 가수 안치환씨가 불렀던 노래 <민중의 아버지>는 그가 대학 시절 만든 노래다. 민중신학을 공부했던 그는 졸업 뒤 낙골교회로 갔다. 노동현장에도 뛰어들었고, 서울시철거민협의회에서 주로 일했다. 농산물 직거래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그는 95년 서른 네살에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11월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사랑하는 친구, 지인들이 모여 이별의식을 치른 뒤 97년 1월말 눈을 감았다.

이날 추모식에는 대학 시절 후배이자 그의 아내인 한지원(42)씨와 고등학생이 되는 딸 김봄(16)양이 참석했다. 한씨는 방송작가인데, 신입생 때부터 난곡의 낙골교회에 드나들었다. 딸의 이름인 ‘봄’은 80년대 학생회 활동 때 한씨가 쓰던 가명이다. 한씨 역시 난곡을 잊지 않았다. 그는 철거되는 달동네를 기록하기 위해 2001년 ‘KBS 일요스페셜’에서 방영된 ‘난곡의 사계’를 기획했다.

“남편의 기일이 돌아올 때면 ‘이 사람이 참 잘 살다가 갔구나’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지인과 친구들 20여명이 충남 한산의 남편 묘소를 늘 찾아줬어요. ‘보이지 않는다고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요. 남편을 생각할 때도, 달동네 난곡을 생각할 때도 떠올리는 말입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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