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과 사형제 폐지를 유보하는 내용의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정부 초안(인권 NAP)이 13일 공개됐다. 법무부가 작성한 이 초안 내용은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가보안법에 관해서는 폐지 법안과 일부 개정 법안이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안보형사법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뒤 원만한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유보 뜻을 밝혔다. 법무부는 대신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이나 불입건 처리를 활성화하는 등 탄력적이고 신중하게 운용하겠다”며 남용 방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조영선 변호사는 이날 공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우리나라가 인권국가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라며 “보안법 남용 억제가 아니라, 폐지라는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권위가 권고한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중 사형제 존치 여부를 검토하며,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을 분석해 국회 계류 중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심사에 반영한다”며 유보적 방침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또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를 두고서도 “(다음달 발표 예정인) 대체복무제도 개선연구회의 검토 결과를 기초로 후속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필수공익 사업에 대한 직권중재 제도는 인권위 권고대로 폐지하고, 필수 유지업무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북한 인권과 관련해, “인권 관련 국내외 협력 지원 분야에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 및 국내외 엔지오 활동 지원’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쪽은 “15일께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초안에 대해 논의한 뒤 이를 토대로 법무부 등과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1년 5월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1993년 세계인권회의 참가국들이 결의한 빈 선언(비엔나 선언)을 근거로 우리 정부에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권고했으며, 인권위는 이에 맞춰 권고안을 작성해 지난해 1월 정부에 제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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