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옛 물길 옛 다리>를 펴낸 박현욱 청계천문화관장이 14일 오후 서울 청계천1가 옛 광통교에서 청계천 역사 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현욱 청계천문화관장 ‘서울의 옛 물길 옛 다리’ 펴내
“시간 쫓겨 역사 복원 안돼”
“거리마다 골목마다 물이 흐르면 도시 경관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심성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박현욱(41)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문화관장은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에서 흐르는 물이 사람을 바꾸기를 바랐다. 또 물길 위에 놓여 길과 길을 잇는 다리는 물리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관장이 최근 펴낸 〈서울의 옛 물길 옛 다리〉는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도성 안과 성저십리로 이뤄진 과거의 서울에 흐르던 청계천 등 32개의 하천과 그 위에 놓인 광통교 등 97개의 다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청계천과 관련한 기존의 기록을 상당 부분 고치고 바로잡았다. 이를테면 혜민서 부근에 있던 이름없는 다리가 ‘장수(長壽)교’였음을 새로 확인했고, 〈서울600년사〉에 동대문(흥인문) 밖에 있다고 기록된 ‘방목교’가 서대문 쪽인 흥화문 밖에 있었음을 확인해 바로잡았다. 또 기존에 67개까지 나와 있는 옛 서울의 다리 이름을 30개 더 확인했으며, 〈한겨레〉가 발굴·보도한 스기야마 노부조의 청계천 다리 사진 등 새로운 그림·사진을 크게 활용했다.
박 관장이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청계천과의 뗄 수 없는 인연 때문이다. 박 관장은 2002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꼭 3년 동안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역사문화팀에서 일했고, 말년엔 팀장까지 맡았다.
학예사로서 청계천 역사 복원 사업에 참여한 박 관장의 심정은 복잡하다. “한편으로 광통교가 햇빛을 본 것에 안도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역사 복원이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자괴감도 있습니다.” 그는 청계천의 역사 복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시간’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일은 긴 시간을 요구하는데, 청계천 복원에 허락된 것은 3년반이었습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죠.”
특히 교통 등의 이유로 광통교를 옮겨서 복원한 것이나, 오간수문의 유구를 원래 자리에 보존하지 못한 것 등은 아쉽다. 그래서 박 관장은 아직 청계천 역사 복원은 미완이라고 생각한다. “수표교나 오간수문 복원도 현재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히 연구해서 ‘천천히’ 복원해가는 것입니다. 역사를 1~2년 만에 후다닥 복원하려는 시도는 복원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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