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 후손들 ‘귀화 8개월’…열악한 지원과 처우
4대이하 유족 정착금 없고 장·노년층 취업지원 못받아
특별귀화때 유족등록 완료 통합심의관리시스템 필요
4대이하 유족 정착금 없고 장·노년층 취업지원 못받아
특별귀화때 유족등록 완료 통합심의관리시스템 필요
특별귀화자가 장기간의 심사를 거쳐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이 된다고 해도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선 독립유공자의 4대(증손자녀) 이하 유족은 정착금 등 일체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영주귀국자의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귀화자 478명 가운데 41%인 166명이 4대나 5대 자손이었다. 정착금 지급이 시작된 95년 이후 정착금을 받은 것이 81가구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보훈처가 3대까지 취업지원을 해주지만 35살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특별귀화자 23명(69.7%)은 40~60대다. 이미 장·노년에 들어선 이들에게 취업 지원, 수업료·학자금을 보조하는 교육 지원 따위는 애초 ‘그림의 떡’이다. 증손세대(4대)야말로 교육 혜택 등이 절실하지만 아무런 지원이 보장되지 않아 여러 특별귀화자들은 자녀를 중국에 두고 오는 이산가족 신세다.
새터민보다 못한 처우=특별귀화자에 대한 정착 지원은 새터민이 받는 것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새터민에게는 1인 가구 기준 2천만원의 정착금이 지급되는데, 이 가운데 주거지원비 명목으로 분류된 1천만원으로 누구든 지정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직업훈련 장려금, 취업 장려금 등이 최대 1540만원까지 별도 지급된다. 또 정착 전담기관인 하나원 교육을 마치면 1년 동안 기초생활 수급자로 자동 지정(2월26일부터는 6개월)돼 1인당 최대 32만원씩 생계비를 지원받기도 한다. 특별귀화자 33명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전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후손들 사이에선 “독립유공자 후손보다 새터민으로 위장해 입국하는 게 더 낫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통합관리 필요=전문가들은 귀화에서 정착금을 받기까지 사실상 세차례에 걸쳐 보훈처에서 심사를 되풀이하는 보훈행정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 통합심의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으로 특별귀화함과 동시에 국가보훈처의 유족 등록도 완료하자는 것이다. 이때 정착금 지급도 이뤄지는 게 상식적이다.
예산 문제도 있다. 정착금 예산이 연 10억원(2007년)에 불과하다. 김삼웅 독립기념관 관장은 “현재 우리나라 보훈 예산이 전체 예산의 1.5% 정도”라며 “캐나다·미국 같이 전쟁을 별로 안 치른 나라도 보훈 예산이 4~5% 정도인데, 일단 2%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은 인력 부족을 낳는다.
그러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보훈처의 예산 문제라기보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보훈 정책의 관점과 철학이 없고 임기응변적인 게 더 큰 문제”라며 “군경 보훈에만 국가보훈처 기능의 70~80%가 쏠려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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