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의 한 컴퓨터기기 판매상이 성인오락실에서 쓰던 26인치 이상 대형 엘시디 모니터를 매장 밖에 전시 판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폐업뒤 중고시장 내놔
값은 일반 LCD 절반 ‘인기’
잔상 남아있어 주의를
값은 일반 LCD 절반 ‘인기’
잔상 남아있어 주의를
4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대형 텔레비전처럼 생긴 엘시디 모니터가 진열된 매장에 손님들이 모여 있다. ‘26인치 13만원’이라고 가격표가 적힌 모니터 뒷면엔 철제 부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오픈프레임’이라고 불리는 이 모니터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단속 이후 성인오락실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업주들이 부품 값이라도 건지려고 모니터 화면만 떼어내 중고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값은 보통 엘시디 모니터의 절반 수준. 26인치는 10만~20만원, 32인치는 20만~3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저렴한 오락실 모니터는 가정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허웅(26·대학생)씨는 “컴퓨터 모니터가 필요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오픈프레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대형 화면인데도 값이 싸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17만원에 26인치 오픈프레임을 구입해 쓰고 있는 박준현(26·대학생)씨는 “컴퓨터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 큰 화면으로 보니까 시원하다”고 말했다. 용산에서 오픈프레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순현(37) 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오픈프레임이 본격적으로 쏟아져나와 용산에서만 한달에 1만대 이상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거래가 활발해 기존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전문적으로 오픈프레임만 사고파는 사이트도 10곳 넘게 생겼다. 오픈프레임의 겉모양을 꾸미도록 거치대나 목제 틀 같은 주변 제품까지 나왔다.
값이 싼 만큼 주의할 점도 있다. 용산 전자상가의 고영민(49) 사장은 “성인오락실에서 석달 이상 사용한 제품은 화면에 성인오락물의 잔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은 뒤 매장을 직접 방문해 잔상 여부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유신재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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