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차 계약 뒤 잔금 지급까지 마쳤더라도 계약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땐 중개업자의 중개 과실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4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본 김아무개(55)씨가 “부동산 중개업자도 책임이 있다”며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개업자의 관여는 계약 체결로 끝나지 않고 잔금을 지급한 때까지 계속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0년 12월 중개업자 임아무개씨의 알선으로 부천시의 한 주택에 대해 이아무개씨와 보증금 6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김씨가 며칠 뒤 이 주택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을 알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임씨는 같은달 “손해가 발생하면 책임 진다”는 ‘특약 문구’를 계약서에 써줬다. 결국 이씨는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이용해 은행에서 4500만원을 대출받고 잠적했다.
김씨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자 2003년 4월 1600여만원을 배당받았고, 임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같은해 10월 보증금 잔액 48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중개업자의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공제사업자인 중개업협회가 지급을 거부하자 다시 소송을 냈고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2004년 9월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05년 8월 “계약이 체결된 이상 중개행위는 끝났으므로 임씨가 작성한 ‘특약 문구’에 대해 협회는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1부는 판결문에서 “임대인이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땐 중개업자가 알선한 계약 유지 여부가 달라진다”며 “임씨의 관여는 잔금 지급 시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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