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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매매특별법 6개월 ②변종 성매매 ‘활개’

등록 2005-03-20 09:46

전문가들, "性 공급 물론 수요도 막아야 성과"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잠시 자취를 감췄던 성매매가 사회적 관심과 단속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성매매특별법으로 `뜨거운' 맛을 본 성매매 시장은 일종의 학습효과를 거쳐 법망과 단속을 더욱 교묘히 피하며 기존 성매매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이'하면서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변종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자칫 기세좋게 출발한 성매매특별법의취지는 물론 효과가 이벤트성이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음성적인 변종 성매매 업소들은 오히려 `여기선 단속을 피할 수 있다'라는 마케팅을 동원,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 신종 성매매 현장 =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유흥가 골목에는 유사 성행위를 제공하는 업소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스포츠 마사지'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버젓이 유사 성행위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곳은 이미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된 유명한 업소로, 카페에는 단골 손님들과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럼 없이 글을 올리는 등 기존의 음침한 성매매 업소와는 전혀다른 분위기였다.

업소 내부에는 음침한 붉은 등이 아닌 밝은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단장돼있고, 카운터에는 `저희 업소는 성매매특별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언뜻 보면 여느 비디오방과 다를 바 없다.

영업실장이라는 20대 남자는 "마사지만 하는게 아니라 스킨십도 있다.

더이상얘기할 수는 없지만 절대 단속에 걸릴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좁은 복도를 따라가면 양쪽으로 밀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이 곳에서 손님이기다리면 여성 도우미가 밀실로 찾아오게 돼 있다.

도우미는 손님들에게 전신마사지를 해준 뒤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곳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김민정(25ㆍ가명)씨는 "고교 졸업후 회사에 다니다그만둔 뒤 새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 구직란을 보고 찾아왔다"며 "이런 일을 하는곳인 줄 몰랐지만 실제 성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말했다.

김씨는 눈 딱감고 1년만 일해 1천만원을 모으면 젊은 층을 위한 옷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님에게 받는 요금은 업소와 김씨가 각각 6대4로 나눠가지게 되며, 도우미 지명제로 운영되는 탓에 손님들의 지명을 많이 못받게 되면 `퇴출'당하게 된다.

이 부근에 몰려있는 이같은 신종 성매매 업소의 한 직원은 "기존 업소들과 달리이곳에는 술을 안 마시고도 친구들끼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며 "젊은 여성이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깔끔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그는 "24시간 영업하고 있는데 낮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밤에는 카운터 옆의대기실에 손님들로 가득차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 "`성(性)수요' 줄이는 정책 필요" = 전문가들은 이들 변종 성매매 업소가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새로 생겼다거나 집창촌의 여성들이 변종 성매매로 흘러들어가활개를 치고 있다는 분석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집창촌에만 한정하자면 이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던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숫자가 수천명 수준이어서 새로운 업태를 형성할 만큼 `대이동'이 있었다고 보기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성매매특별법의 강력한 시행으로 사회 전반에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큰코다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 수요자들이 몸조심을 하자 `단속에 안전하다'는 것을 내세운 변종 성매매 업소가 상대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 이처럼 변종 성매매 업소가 성매매특별법 시행에도 `무풍지대'가 된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경찰의 단속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미 고급화ㆍ음성화가 돼있는 성매매 시장을 중심으로 단속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경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사양길을 걷고 있는 집장촌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에 잠시 움츠러들었던 변종 성매매 시장은 당국의 단속방향이 집창촌쪽으로 쏠리는 것을 감지하자마자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당연한 결과인셈이다.

오히려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면역주사'를 맞은 이들의 영업은 법망을 더욱 교묘히 피하며 유사 성행위ㆍ주택가 성매매ㆍ엄격한 현금결제 도입 등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단속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여성의 성을 사는 `검은 수요'를 막는 장기적인정책이다.

성매매를 근절하려면 성매매 공급은 물론 수요 측면도 숨통을 죄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즉 남성들의 `밤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성(性) 공급은 막으면서 수요에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변종 성매매가 활개를 치는 간접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는 "근본적인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성매매 시장에서 공급 뿐 아니라 수요도 막아야 한다"며 "기업의 접대문화, 술자리 풍토를 문화행사를 통한 교섭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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