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단층대로 진동 전달돼 주변 판충돌 2차적 영향권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한반도 육상에도 영향을 끼침에 따라, 한반도가 일본 지진에 얼마나 안전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지진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지질기반정보연구부)는 “이번 지진은 필리핀판이 일본 남쪽 유라시아판에 부딛히면서 그 힘이 일본 쪽 해저 단층대에 전달돼 단층대를 따라 지층이 옆으로 어긋나면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반도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의 단층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반도에서 지진이 감지된 것은 아마도 부산-양산-경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대에 진원지의 진동이 전달돼 일어난 2차적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일본 지진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주변의 지구 판 구조가 매우 복잡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강진 피해는 판 구조의 경계부에 있는 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한반도는 유라시아·태평양판 경계부에서 수백㎞나 떨어져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구 차원의 지각 운동을 보면, 유라시아판이 동쪽으로 움직이고 인도대륙이 북상하며 태평양판이 서진하고 필리핀해판이 북진하는 ‘4각 구도의 응력 압박’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해저지반의 안전성을 연구한 한현철 지질자원연구원 박사(석유해저연구부)는 “멀리 떨어진 인도판이나 필리핀판의 압력이 한반도 주변에서 모이면서 그 스트레스가 한반도의 연약한 단층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300만~1500만년 전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 열도가 유라시아대륙에서 떨어져나갈 때 쓰시마섬(대마도) 주변 해저에는 매우 큰 단층대(쓰시마-고토 구조선)가 생겼는데, 만일 필리핀해판이 이 단층을 건드릴 때엔 일본과 한반도가 동시에 큰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는 이 단층대에서 일본 쪽으로 30㎞ 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윤수 박사는 “한반도는 규모 6.0 이상 지진이 관측된 적이 없는 안정된 땅덩어리”라며 “그렇지만 주변 판 구조의 2차적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83년 5월 일본 혼슈 아키다현 서쪽 앞바다 오쿠시리단층대에서 일어난 규모 7.7의 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동해안에 밀어닥쳐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등 일본 지진은 동해안에 지진해일의 영향을 끼쳐왔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부산 고층아파트 주민들 긴급대피 소동
■ 일본 강진 국내여파 기상청 늑장대응 시민들 거센 항의
20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은 우리나라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도가 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등 소동을 빚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여분이 흐른 뒤인 11시7분에야 각 행정관서와 언론사 등에 지진 발생을 통보하고, 11시20분에야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늑장 행정’을 보여,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엘리베이터 충격받아 급정지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인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큰 혼란을 겪었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느껴지자 부산의 해운대와 바다에 인접한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진동 직후 건물을 긴급히 뛰쳐나오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김해시 부원동 금강병원 5층에 입원한 노기봉(38)씨는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데 갑자기 침대가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옆 병실의 초등학생이 울음을 터뜨리고, 일부 환자는 병원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부산 부산진구 ㄷ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지진 충격으로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김아무개(25·여)씨 등 4명이 갇혔다 출동한 119 구조대원에 의해 30여분 만에 구조됐다.
지진영향 추정 건물 화재도
대전 서구 둔산동과 충남 천안시 쌍용동 아파트 단지 등의 주민들도 밖으로 뛰어나와 친척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전소방본부 119상황실 이은주 소방사는 “지진 직후부터 ‘지진이 맞느냐?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는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경남 통영 서호동 재래시장 내 2층짜리 목조 상가건물에서 지진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1, 2층 1천여㎡을 태워 2억9천여만원(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내고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지진 발생 시간을 전후해 불길이 치솟은 점 등으로 미뤄 지진의 영향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기상청 문의빗발·홈피 다운
한편, 지진 발생 뒤 한동안 기상청 홈페이지가 내려앉고, 지진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지만 발빠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기상청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기상청 아지씨들 정신좀 차리세요’라는 글을 올린 ‘김관식’이라는 누리꾼은 “지진과 같은 사태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기상청이 더 필요합니다 … 능력 없으면 한국의 지진경보는 일본 기상청에 위임해서 그 쪽에 맡기는게 낫지 않을까요”라며 기상청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광주 인천 대전 울산/정대하 김기성 송인걸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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