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영 전 검사
‘수지 김’ 사건 담당 신태영 전 검사 단국대 전임교수로
신태영(52·사시 19회) 변호사는 지난 5일 모교인 단국대 법대에서 전임교수로서 첫 강의를 했다. 2년 동안 겸임교수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면서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냉정한 ‘강의평가’를 받은 뒤 전임교수가 된 것이다. ‘실무형’ 강의가 그의 자산이자, 무기다.
신 교수는 “한국은 실무계와 학계가 거의 단절돼 있어, 학교에만 있던 교수와 판사·검사·변호사 등을 경험한 교수들이 알고 느끼는 부분에 차이가 크다”며 “22년 동안 검찰에 몸담았지만, 변호사가 된 뒤 검사가 아닌 피의자, 피고인 처지에서 형사소송법에 대해 새롭게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법률 교과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 검사 또는 변호사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후배들에게 종합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검찰을 그만둔 뒤 변호사보다는 교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아내가 ‘이제 돈 좀 벌어 오라’고 딱 잘라 거부하더군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2004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05년부터 겸임교수로 강의를 시작했다.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답지 않게 소액 사건 재판도 직접 챙기느라 바빴지만, 2년 동안 휴강 한번 하지 않았다.
신 교수가 전임교수로서 첫 강의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데는 또 하나 이유가 있다. 그는 2001년 이른바 검찰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서울지검 1차장을 지냈다. 하지만 먼지가 쌓여 있던 ‘수지 김 간첩조작 사건’을 꺼내 진실을 파헤친 뒤 검사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하자 스스로 검찰을 떠났다. 그가 전임교수로서 첫 강의를 한 날, 사시 동기인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했다.
신 교수는 “‘수지 김 사건’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검사장 승진도 하고 검찰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고 문득 생각하게 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검찰 출신 변호사, 교수로서 검찰의 비민주적인 조직문화와 불합리한 수사시스템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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