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인수 로비연루 증거 못찾아…수사 사실상 종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을 파해쳤던 검찰 수사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시도나 이면계약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됐던 김승연 한화 회장의 출금조처가 풀렸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부장 박상길)는 20일 “한화 쪽에서 김 회장이 사업차 2주 정도 외국에 나갈 일이 생겨 출금조치 해제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23일 김 회장을 출금으로 묶어놓고 강도높은 수사를 벌인 지 4달 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김 회장의 처벌 여부도, 결국 김 회장을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검찰은 김 회장의 출금 해제와 관련해 “경우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다시 취할 수도 있다”며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한화를 상대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결과는 검찰이 지난달 17일 김 회장을 소환 조사하고서도, 곧바로 입찰방해 지시나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하지 못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다음달 새 검찰총장 취임에 따른 간부급 인사가 이뤄지면, 더이상 수사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굴내 굴지의 재벌 총수를 4개월 동안 출금해놓고도, 관련 혐의 사실을 내놓지 못한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회장이 그룹 사활이 걸린 이면계약이나 정·관계 로비 시도를 모를 리 없다는 상식에서 출발했으나, 결국 관계자들의 다문 입을 열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아직 김 회장 처벌에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한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의 공판 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며 “공판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이면계약으로 맥커리 생명을 인수과정에 끌어들인 사실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검찰은 이를 다투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개입을 입증할 진술등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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