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서울 시청앞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을 연결하는 건널목이 놓인 뒤 이 일대 보행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20일 낮 이 건널목의 모습.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정동길·태평로 등 보행량 급증
을지로, 연결시설 부족 ‘그대로’ 지난해 5월 시청 앞 광장과 건널목이 설치된 뒤 서울 도심 거리에 보행자의 통행량이 크게 늘어났다. 한산했던 태평로와 정동길, 서소문로 등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신해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도심의 1시간당 보행량을 조사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시청광장 서쪽의 정동길(덕수궁 돌담길)은 2003년 10월의 828(남 480·북 348)명에서 지난해 2400명(남 1416·북 984)으로 3배나 늘었다. 지난 5월 시청광장과 연결되는 건널목이 생기면서 시간당 1374명이 이 건널목을 지나는 등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건널목 덕에 무교동·다동쪽에서 걸어오는 시민들이 지하도나 육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건널목을 건너 정동길에 닿을 수 있게 됐다. 덕수궁 옆 길인 이 거리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교회, 옛 배재고등학교 등 관광 명소들이 있다. 태평로에서 서쪽으로 난 영국대사관 길도 432명에서 984명으로 1년 만에 보행량이 2배 이상 늘었다. 또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 인도도 756명에서 1398명으로 늘었으며, 건너편 언론회관 앞도 480명에서 924명으로 늘어 서울의 대표적 도로인 태평로가 살아나고 있다. 태평로는 현재 진행중인 서울시의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이달 말 끝나면 보행 통행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광장 건널목, 으로 연결되는 서소문로 북쪽 보행로도 시간당 통행자가 1002명에서 1662명으로 늘었고, 서소문로 남쪽도 636명에서 839명으로 늘었다. 태평로~남대문 서쪽 인도도 1182명에서 1992명으로 늘어 시청광장과 건널목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신해 연구원은 “사람들이 도심을 걸어다니려면 보행 유발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시청광장과 건널목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청광장의 동쪽인 을지로 근처 보행로는 보행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 시청광장에서 롯데백화점 사이의 을지로 양쪽 인도는 1062명(남 558·북 508)에서 1272명(남 816·북 456)으로 17% 느는 데 그쳤고, 시청광장에서 청계천로 사이의 무교동길은 2192명에서 1716명으로 오히려 2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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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보행량이 늘어나려면 보행 유발시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을지로쪽은 보행 유발시설인 롯데백화점·명동이 시청광장, 무교동·다동 음식적 골목과 보행로로 잘 연결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 연결을 활성화하려면 무교동·다동을 정비한 뒤 명동·소공동과 잇는 건널목을 을지로 네거리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22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5분 단위로 측정해 1시간 통행량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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