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시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한-일 역사 공통인식 만들기’ 심포지움에서 일본 초등학교 교사 사다카네 가즈노리(프로젝터 화면 바로 왼쪽 아래)씨가 역사 부교재에 실린 일본 내 조선통신사 유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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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새 독트린 이후 “정확한 역사인식이 ‘미래지향’ 첫발”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잘 모르면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19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일 역사 공통인식 만들기’ 심포지움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 역사 교사들의 눈에는 초조한 눈빛이 역력했다. 이들은 한-일 두나라 아이들에게 “평화와 인권에 기초한 역사를 가르치자”고 의기투합한 대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교사들이다. 일 학생 43% “이토 히로부미 모른다”
‘평화·인권 바탕한 역사’ 뜻 모아
시범교육 학생들 “잘못은 왜 안가르쳤나” 이 교사들은 다음달 두 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게 될 역사 부교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과 조선통신사’)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소사판 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 파문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얼어붙기 시작하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대응을 위해 이날 머리를 맞댔다. 이번 부교재 집필 작업에 참여한 다케모토 히로유키 히로시마 미하라 제5중학교 교사는 “한국 학생들과 달리 일본 학생들은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몰라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로시마 교사들이 부교재 집필을 위해 고교생 260명과 중학교 교사 98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선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모르는 교사가 전체의 23%, 학생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안중근이나 이토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라도 이토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일본 역사 교육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두 나라에서 공동으로 사용될 역사 부교재를 만들자고 의견은 모았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우선 임진왜란·삼국시대 등 기본적인 용어 정리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1592년 일본의 조선 침략을 임진왜란·정유재란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자기 나라 연호를 따 ‘문록·경장의 역’이라고 부른다. 또 일본의 식민지 침략 같은 민감한 근·현대사는 집필 대상에서 빼야 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시각에서 본 역사 교육을 시범 실시해 보니, 효과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요시이 테쓰야 지바현립 고등학교 교사는 ‘한일 관계사를 중시한 일본사 수업’이라는 발표문에서 “한국의 시각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 전쟁을 가르쳐 보니 아이들이 한국과 북한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해온 일은 제쳐 두고 상대국을 몰아 부칠 수 있는가”라며 “과거의 잘못을 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가”라고 일본 정부의 강경책을 비판했다고 한다. 또 지배계층이 아닌 임진왜란으로 고통 받은 두 나라 민중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자 아이들이 “누가 전쟁에서 이겼나”라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1999년 지바현 역사교사들이 만든 <역사에서 보는 일본과 한국·조선>(사진·한글판 <일본의 역사선생님이 쓴 한국과 일본의 역사이야기>)의 집필에 참여했던 마쓰모토 마쓰시 지바현립 고등학교 교사는 “두 나라의 정치인들이 미래지향적인 역사 인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며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아이들에게 편협한 역사를 가르치는 두 나라 모두가 문제”라고 말했다. 강태원 대구과학교 교사는 “한일 역사 교과서 모두 대외관계를 설명할 때 상대보다 우리가 우월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었다”며 “이런 인식이 학생들에게 그래로 전해져 객관적인 역사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고마야카와 켄 히로시마현 교조 교육문화부장 "정부·자민당 새역모에 힘 실어줘
교과서 검정·채택 관여통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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