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노 사무국장-김상희 위원장
유엔 지속가능발전 디사노 사무국장-김상희 위원장 만남
디사노 2002년 ‘요하네스버그 이행계획’ 주도
천성산·새만금 문제 대표적…충분한 설득 중요
반 총장 환경프로그램 강조 유엔 활력 불어넣어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에 입성한 뒤 변화가 많습니다. 유엔경제사회국도 환경프로그램의 구실 강화와 세계환경기구 조성 등 엄청난 토론과 논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조안 디사노 유엔경제사회국 소속 지속가능발전 사무국장이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태지역 지속가능발전전략 유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유엔과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함께 연 이번 국제 워크숍에는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8개 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온 고위책임자들이 모여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지속가능발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디사노 사무국장 “웰빙과 국민소득 둘 다 똑같이 중요” 12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서 〈한겨레〉의 주선으로 디사노 사무국장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김상희 위원장이 만났다. 이번 회의는 2005년 프랑스에서 열린 뒤 두번째다. 각 나라 대표단의 초청비도 유엔 쪽이 부담했다. 그만큼 유엔경제사회국이 한국의 전략과 이행계획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도 된다. 디사노 국장은 “한국 국가지속가능발전 청사진은 장기적인데다, 22개 부처가 뜻을 모은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한 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천성산, 새만금 문제 등이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빚었고 현 정부가 매립 대신 1조5000억원 규모의 환경단지 조성안을 내놓은 서천 장항 지역도 매립을 주장하는 쪽의 반발이 거세다. 김 위원장이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와 결단을 끌어내기가 힘들다”고 말하자 디사노 국장은 “각자에게 구체적 사례를 제공하며 엄청난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성장과 환경보전의 가치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웰빙과 국민소득은 둘 다 중요하고, 이미 북유럽처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성공적으로 해낸 구체적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희 위원장 “여성운동 지속가능 지향…유엔에 지도자로 동참” 갈등조정은 그의 ‘전공’이기도 하다. 캐나다 출신인 디사노 국장은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5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8년 유엔으로 자리를 옮겨 2002년 세계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를 주도했다. 일명 ‘요하네스버그 이행계획’이라 불리는 이 회의에서 각 나라는 국가지속가능발전 전략을 수립·실행하기로 합의해 지구촌 지속가능발전성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국제기구 책임자로서의 고충을 묻자 “정부도 나라를 하나로 움직이기가 어려운데, 유엔에서 회원국가 전체를 움직이려는 걸 상상해보라”며 “내년 지속가능발전 회의 주제가 아프리카 사막화와 농촌 문제 등인데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웃었다. 일할 때 느끼는 보람 또한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데서 찾았다. “그래도 유엔의 진정한 힘은 여러 이해당사자가 함께 목표를 세우고, 동의를 구하는 데 있습니다.” 한편 두 사람은 지속가능발전성 가운데 중요 지표인 성별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출신인 김 위원장은 “여성운동은 지속가능발전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여성이 지도자로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류가 환경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도 여성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디사노 국장도 “유엔경제사회국 담당자들도 여성이 많고, 성별 문제는 지속가능발전성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여성인식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 여성 고위직을 많이 임명했고, 얼마 전 유엔 총회 준비회의에서 각 분야 핵심의제를 설정할 때 여성이 정책 결정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는 설명이다. 한국 여대생들이 국제기구 진출에 대해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하자 “유엔에도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여성이 많고, 한국 여성들도 있는데 일을 잘 해서 정말 좋아한다”며 “앞으로 아시아 젊은이들이 많이 진출해 지역간 균형을 맞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엔에도 여러 분야가 있으니 내 열정과 적성이 어디에 적합할지 철저히 고려하고 고민해보고 도전하세요. 훗날 유엔에서 만납시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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