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섭씨
군복무 중 잃은 아들 2주기 맞아 책 펴낸 김한섭씨
가족의 소중함·아픔 틈틈이 적은 ‘…마지막 편지’
군에서 자식잃은 부모 마음 이해하는 계기 됐으면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그저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지쳐 눈물도 가슴도 말라가는 애타는 심정만이 가득 차 있지 않을까. 경기도 국제통상과 김한섭(51·사진) 과장은 2년 전인 2005년 1월18일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 중이던 외아들(정현·당시 22살)을 잃었다. 민통선 초소 근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다 차량 전복사고로 숨진 것이다. 아들이 재학중이던 경기대 일어일문학과에 2005년 6월 국가로부터 받은 순직위로금을 모아 장학금 2천만원을 전달했고, 경기대는 지난달 정현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먼저 떠난 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어 부정(父情)을 틈틈이 글로 써왔다. 그가 최근 아들 사망 2주기를 맞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편지〉(공감사)라는 책을 펴냈다. 숨지기 한달쯤 전인 2004년 12월29일, 아들 정현씨는 아버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가족이 영어로 Family잖아요. 하나씩 풀이하면 무슨 뜻인지 아세요. F-Father, A-and, M-Mother, I-I, L-love, Y-you의 뜻이래요.” 아들의 마지막 편지였다.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가족의 아픔은 책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나온다. “아내는 지금도 아이가 사용했던 핸드폰 요금 3800원을 매달 납부하고 있어요. 애 엄마한테 세상에 없는 놈 휴대폰인데 해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 아내는 휴대폰을 없애버리면 아들한테 혼난다고 말해요. 집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매달 요금을 납부할 겁니다.” 김 과장 역시, 아이를 보내고 난 뒤 방송에서 군 관련 사병들의 사고가 나오면 텔레비전을 끈다. 또 장손이면서도 추석 등 명절에도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김 과장은 “공직 생활 내내 이런저런 핑계로 가족이 오순도순 식사 한번 제대로 한 기억이 없는, 나는 못난 아빠였다”고 고백한다. 지난달 이라크에서 숨진 윤장호 하사 가족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던 그는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자식을 군에서 먼저 보낸 아픈 마음을 세상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냈다”고 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군에서 자식잃은 부모 마음 이해하는 계기 됐으면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그저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지쳐 눈물도 가슴도 말라가는 애타는 심정만이 가득 차 있지 않을까. 경기도 국제통상과 김한섭(51·사진) 과장은 2년 전인 2005년 1월18일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 중이던 외아들(정현·당시 22살)을 잃었다. 민통선 초소 근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다 차량 전복사고로 숨진 것이다. 아들이 재학중이던 경기대 일어일문학과에 2005년 6월 국가로부터 받은 순직위로금을 모아 장학금 2천만원을 전달했고, 경기대는 지난달 정현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먼저 떠난 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어 부정(父情)을 틈틈이 글로 써왔다. 그가 최근 아들 사망 2주기를 맞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편지〉(공감사)라는 책을 펴냈다. 숨지기 한달쯤 전인 2004년 12월29일, 아들 정현씨는 아버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가족이 영어로 Family잖아요. 하나씩 풀이하면 무슨 뜻인지 아세요. F-Father, A-and, M-Mother, I-I, L-love, Y-you의 뜻이래요.” 아들의 마지막 편지였다.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가족의 아픔은 책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나온다. “아내는 지금도 아이가 사용했던 핸드폰 요금 3800원을 매달 납부하고 있어요. 애 엄마한테 세상에 없는 놈 휴대폰인데 해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 아내는 휴대폰을 없애버리면 아들한테 혼난다고 말해요. 집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매달 요금을 납부할 겁니다.” 김 과장 역시, 아이를 보내고 난 뒤 방송에서 군 관련 사병들의 사고가 나오면 텔레비전을 끈다. 또 장손이면서도 추석 등 명절에도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김 과장은 “공직 생활 내내 이런저런 핑계로 가족이 오순도순 식사 한번 제대로 한 기억이 없는, 나는 못난 아빠였다”고 고백한다. 지난달 이라크에서 숨진 윤장호 하사 가족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던 그는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자식을 군에서 먼저 보낸 아픈 마음을 세상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냈다”고 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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