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반전행동의 날’ 집회…인도행진과 탄력적 단속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모처럼 ‘호흡’을 맞춰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냈다.
토요일인 1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파병반대 국민행동이 연 ‘3·17 국제 공동 반전행동의 날’ 집회는 애초 우려했던 충돌이 없이 끝났다. 1500여 시위 참가자들은 오후 5시께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회현 로터리와 을지로 네거리를 거쳐 광교까지 차로와 인도를 이용해 행진을 벌이고, 저녁 7시께 자진 해산했다. 거리행진 도중 시위대가 차도로 쏠려 경찰과 충돌 위기도 빚어졌지만, 표명렬 파병반대 국민행동 대표의 ‘인도로 갑시다’라는 안내 방송에 다시 질서를 찾았다.
경찰도 진압복과 방패로 상징되는 전·의경 부대 대신 깔끔한 평상 근무복 차림의 전·의경 300여명을 배치해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줄이려 했다. 참가자들도 경찰을 자극하는 말이나 욕설을 삼갔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시위 중 경찰에게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의 대응법을 담은 <인권을 지키는 시위대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노란수첩’을 시위대에게 나눠줬다.
경찰은 애초 이 집회를 금지했다가, ‘국제적 집회’라는 이유로 차도 행진을 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아 집회를 허용했다. 이에 시위 주최 쪽은 차도 행진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거리행진 직전에 필요하면 차로 1개만 사용하기로 경찰과 협의했다.
김명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시위대가 차도를 침범한 때도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집회의 전체 기획을 맡았던 김광일씨는 “이번 집회는 평화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경찰과 충돌을 원하지 않았다”며 “오늘의 집회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성취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윤은숙 정옥재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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