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아이 부모 찾아준 학부모들 ‘8시간 수색전’
“아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엄마가 얼마나 애타겠어요? 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세요, 제발.”
신원을 알 수 없는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자, 다른 학부모들이 밤샘을 마다 않고 부모 찾기에 나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4동사무소 앞에서 왕아무개(12·ㅅ초등학교 6년)군이 자전거를 타다 시내버스에 치여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왕군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ㄷ병원 진료카드를 바탕으로 연락처를 알아내 한 시간 뒤 이아무개(48)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작 이씨의 아들 최아무개(11)군은 집에서 자고 있었다. 이씨는 자기 아들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온 이씨는 다른 어머니 4명과 함께 왕군의 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사고 장소와 가장 가까운 ㅅ초등학교 학부모회의 학년 대표와 반 대표 어머니 등을 통해 거의 모든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병상에 누운 왕군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보내고 근처 학원 강사들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연락을 받고 병원에 모인 학부모 10여명은 평소 잘 알던 ㅅ초등학교 김아무개 교사까지 불렀다. 지방에 내려갔던 김 교사는 급히 달려와 다음날 새벽 1시 무렵 경찰과 함께 학교로 가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일일이 뒤졌다. 새벽 2시께 왕군과 비슷한 학생 5명을 추려내는 데 성공했을 무렵,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왕군이 잠시 의식을 차려 집 전화번호를 얘기했다는 것이다. 새벽 2시20분께 병원에 도착한 왕군의 부모는 “아이가 친구 집에서 놀다가 거기서 자고 오는 줄 알았다”며 황망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8시간 가까이 ‘수색전’을 벌였던 학부모들은 “인천 연수동 유괴사건처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왕군과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처지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진식 기자, 이완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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