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기여고가 테니스 코트 5면을 설치하려는 학교 운동장 남쪽 끝자락의 학교숲 일부.
경기여고, 750평에 테니스장 추진
교사들 “학생들 가슴에 못질” 반발
교사들 “학생들 가슴에 못질” 반발
도심 생태와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학교숲 조성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20년 가까이 유지된 학교숲에 체육시설을 설치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학교가 있어, 학교숲 운동단체와 교사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서울 개포동 경기여고는 교사 뒤편의 현 테니스장을 개교 100돌 기념관 건립 터로 동문회에 내주고, 대신 잣나무·은행나무 등이 심어져 있는 운동장 남쪽 끝 학교숲 750여평에 새 테니스장을 설치하기 위해 20일 사업자 선정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학교 쪽은 특히 새 테니스장을 현 테니스장의 두 배 이상 규모로 만들기로 해, 학교숲 훼손 면적은 더욱 넓어지게 됐다.
노승록 경기여고 행정실장은 “새 테니스장을 임대 사업자의 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으려 하는데, 기존 규모로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업자들이 나서지 않아 (증설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쪽은 그러면서도 입찰 조건에 ‘교직원들에게 전체 코트 5면 중 2면을 주중 일출~일몰시간에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명시했다.
이런 계획에 대해 생명의숲 김유리 부장은 “대다수 학교가 ‘학교숲 운동’에 열심인 상황에서 경기여고의 계획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했다.
경기여고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테니스장을 지으려는 학교숲은 교실에서 바로 바라보이면서, 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게 보여줘 학생들의 마음의 쉼터가 돼 왔다”며 “이런 숲을 파괴하는 것은 학생들의 마음에 못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