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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버액션 독도사랑은 오히려 일본 베끼기”

등록 2005-03-21 15:43수정 2005-03-21 15:43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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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
[진단]친일옹호처벌법, 친일카페폐쇄, 대마도의날…일본 닮을라

독도 논란은 이제 ‘쏘옥’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오버’ 대응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독도 수호를 둘러싼 최근의 세가지 ‘오버’ 사례는 ‘독도 사랑’이라는 분위기에 묻혀서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지나갔지만,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그리고 이성적 접근이라는 측면에 하나의 위험신호를 던졌다. 상대의 몰상식을 비난하다가 그 몰상식 수준을 닮는 형국이다. 또 몰상식한 발언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애써 쟁취해온 표현과 사상의 자유쯤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는 발상이 ‘민족정서와 애국심’의 이름으로 터져나왔다.

뒤에 언급할 세 가지 ‘오버 액션’은 네티즌의 엽기발랄한 제안으로 발제된 것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주요한 공적 기관으로부터 제안된 것들이다. 이들 ‘오버 액션’은 마산시 의회의 조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 국회의원 입법 작업의 일환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독도 사랑’에 편승해 우리 사회 공적 조직들이 쏟아낸 ‘오버 액션’을 살펴보자.

한국 사회 공적 조직들의 오버액션은 “애국의 이름으로” 봐줄만한가?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친일범죄 또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경우 처벌하는 ‘일제침략행위 왜곡 및 옹호 방지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원 의원이 추진중인 법안은 공공장소에서의 공공연한 선동이나 언론·출판을 통해 일제 침략기간의 반민족행위,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 행위 등을 찬양하거나 옹호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원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서 친일범죄 또는 친일 반민족행위로 규정하는 행위를 옹호·찬양하는 경우가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반인류적 범죄’와 ‘타인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폭력’인 일제 침략 행위 왜곡과 미화 및 옹호 발언은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지만원씨와의 지난 17일 CBS TV 토론에서도 “프랑스의 극우주의자 브뤼노 골니쉬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 가스실이 있었는지, 희생자 수가 정확히 얼마인지 역사가의 연구에 다시 맡겨야 할 일’이라는 발언 딱 두 마디에 교수직에서 영구제명당하고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왜 우리는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을 배우지 않느냐”며 “한승조 교수는 한국판 골니쉬로 이러한 발언은 유엔 인권위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폭력으로 간주된다”라고 주장했다.

오버1. 원희룡 의원 “친일범죄 찬양하면 처벌하는 법 만들겠다”

하지만, ‘오버’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의원의 특별법 추진에 누리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친일청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21일 성명을 내어 “매우 부적절하고, 반일감정에 그냥 편승하려는 얄팍한 정치적 술책이며 지극히 위험한 반민주주의적, 반인권적 사상관이다”고 원 의원을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너무나 터무니 없고 반민족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건전한 양식에 근거한 비판에 의하여 사멸시키고 축출해야 할 것이지 법에 의한 처벌에 의하여 입막음 할 일은 아니다”며 “매우 격앙돼 있는 반일정서에 편승하여 경솔히 무책임하게 그런 치졸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에 대하여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박래군 “처벌 대신 여론과 국민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도 “친일 수구세력들의 반민족성과 반인권성이라는 본질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법 제정 움직임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전제한 뒤 “법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사회적 여론이나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터넷한겨레> 토론방인 ‘한토마’(hantoma.hani.co.kr)에서 ‘흘러간 유행가’도 “한승조 교수를 비롯한 한국내 친일 극우세력의 어이 없는 구태와 사관, 행동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표현’의 모호함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국가의 법’으로써 규제하고 제한한다는 것은 친일, 반인륜적 선동을 막는 것보다 더욱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인권(즉, 표현의 자유)을 제한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게아스키’는 “한승조 같은 인간을 경멸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고 법으로 감옥에 보내는 사회는 더욱 경멸스럽다”며 “표현의 자유 이전에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건강한 사회란 모든 구성원에게 건강한 생각을 강요하는 사회가 절대 아니다. 그것은 파시즘”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내부에서 국민 희롱하는 내부 스파이 처벌하라”

반면, 원 의원을 두둔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원 의원 블로그(blog.naver.com/wonheeryong.do)에서 ‘zentrum’은 “프랑스처럼 희생자들의 인권에 대해 망언을 한 사람을 소환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며 “친일을 하고도 호위호식하는 사람들은 민족의 이름으로, 그리고 국제 인권적인 측면에서 이 땅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홧팅’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외국의 100만대군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국민을 희롱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내부의 스파이”라며 “소수 친일파들의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발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도 이런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에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고 규정하고 유엔 인권규약도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국가의 안전,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일제 침략행위를 찬양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자들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쪽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엄격한 제한규정을 마련할 것이며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해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고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법률적 검토를 거쳐 가능하다면 과거사 진상규명법과 병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버2. 정통윤 “친일카페 20여곳 접속 차단”

이번 ‘독도논란’ 과정에서 부각되지 않고 묻히기는 했지만, ‘오버’ 대응논란은 또 있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는 포털 다음의 ‘독도는 일본땅’(cafe.daum.net/GOilbon), ‘대일본제국만세’ 등 5개 ‘친일 카페’가 청소년 유해정보에 해당한다고 권고해, 이들 사이트가 지난 17일 접속차단 및 폐쇄조처했다. 정통윤쪽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할 우려가 현저하며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비사회성, 비윤리성 등이 심각해 청소년 유해정보로 사료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포털 네이버도 최근 적발된 친일 카페 2개에 대해 접근차단 조처를 내리는 등 이처럼 접속차단, 경고, 폐쇄조처된 사이트는 모두 20여개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조정1팀 한명호 팀장은 “3월은 특히 애국의 달이어서 기획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 수준의 의견을 개진하는 친일사이트가 아니라, 헌법정신에 반하여 현저하게 역사왜곡을 하는 경우에 차단조처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 10조는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ㆍ비윤리적인 것”,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처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보넷 정책국 김정호 활동가는 “청소년유해매체라는 해석이 모호하고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해당 사이트 차단으로 친일내용뿐 아니라 반일의 목소리도 일방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는데, 이런 전반적인 고려 없이 국가기관이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기준을 검열하고, 강제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버3. 마산시 의회 “6월19일은 대마도의 날” 조례제정안 통과

사실, 최대의 ‘오버’는 마산시의회에서 나왔다.

마산시의회는 지난 18일 ‘대마도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마산시의회는 외교통상부가 19일 “애국적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우리 국토 독도를 수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하문신 마산시의회 의장은 “철회 할 것을 왜 제정하느냐”며 거부했다. 마산시 의회는 조선 초기 이종무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기 위해 마산포를 출발한 6월19일을 ‘대마도의 날’로 제정하는 조례안을 지난 18일 전원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비이성적인 ‘독도 사랑’ 시마네현 수준될까 걱정스럽다

친일행위 처벌이라면 누구보다 앞서는 민족문제연구소는 일련의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친일·역사왜곡 등 잘못된 발언을 하면 사회적 논의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는데, 역사해석과 관련돼 경계가 모호한 부분까지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원 의원의 ‘일제침략행위 왜곡 및 옹호 방지법’ 추진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친일카페 폐쇄,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은 모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애국심의 표현이지만, 그 표현의 적합성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국수주의적 감정에 휘말려 ’독도’를 핑계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조례 제정이라는 망동에 분노했는데, 상대의 몰상식에 맞서는 방법으로 상대와 똑같은 수준의 몰상식을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마도의 날’ 조례제정이 국제사회에 대마도가 한국의 땅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지, 또 시마네현의 독도에 대한 탐욕에 대한 실질적 경고가 될 수 있을지 회의스럽다. 시마네현의 몰상식에 맞서는 한국의 대처방식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라기보다 시마네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여겨질 수 있다.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이제 우리 사회도 어느 게 미친 소리인지는 알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다”고 말했다. ‘독도’ 쓰나미에 이성마저 휩쓸려 떠내려가게 놔두면 안된다. 공론의 장에 맡겨보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김순배 김미영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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