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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독립’ 기초닦고 검찰문 나서는 송광수 총장

등록 2005-03-21 15:53수정 2005-03-21 15:53

"송광수 내정자라면 수긍하겠다"

2003년 3월10일 송광수 당시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갓 출범한 참여정부의 검찰 인사정책에 강한 불만을 품었던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용퇴를 결심하며 내뱉은 말이다.

송 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신임은 이렇게 각별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입장에서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었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지금의 검찰 고위직은 믿지 못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을 만큼 노골적인 불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롭게 탄생한 정권의 검찰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어수선해진 검찰 조직의 안정까지 기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 속에 검찰 수장으로 취임했던 송광수 총장이 내달 2일 퇴임식을 갖고 자연인으로 되돌아간다.

송 총장 재임기간 최대업적은 취임 초기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기틀을 확고히 마련했다는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어보인다.


종전까지 검찰에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던 `정치검찰'이니, `권력의 시녀'니 하는 오명은 송 총장 취임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송 총장 취임 후 대검찰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수사는 부실수사로 지탄을 받았던 나라종금 로비의혹. 검찰은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안희정씨와 염동연씨를 기소, `독립검찰'로 나가는 첫 발을 내디뎠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발돋움한 것은 무엇보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거치면서다. 역대 정권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살아있는 정권'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이뤄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정치권의 거센 반발과 압력이 늘 송 총장에게 가해졌다.

그러나 송 총장은 특유의 강단과 배짱으로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하는 검찰의 수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그런 거 막아주라고 총장이 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겠느냐, , 책임질 일이 있다면 내가 먼저 책임지겠다", "전투장면 하나 하나를 보고 전쟁 전체를 평가하지 말라", "청와대 불만에 개의치 않는다", "중수부 수사가 지탄받으면 제 목을 먼저 치겠다", "조사하려면 나를 직접 조사하라"는 말들은 송 총장이 검찰의 주요 고비 때마다 내던진 대표적인 `바람막이 언사'로 각인돼 있다.

검찰 보호를 위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정신으로 권력에 맞선 `용장'의 모습을 보여준 대목이다.

반면 독립검찰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주변 평가에 대해 송 총장은 한 사석에서 "검찰 독립이 되려면 총장 5명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언급, 검찰총장으로서 느꼈을 고뇌와 부담을 간접 피력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송 총장은 검찰 내부에서는 엄격하고 무서운 수장으로 통했다.

송 총장의 치밀하고 꼼꼼한 일처리 때문에 총장에 대한 업무보고는 검찰 간부들에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으로 통했고 실제로 송 총장 자신도 "대검에서 내 야단을 듣지 않은 간부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송 총장이 민원인을 가장해 일선지청에 전화를 하거나 불시에 일선지청의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청 현안 등을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는 것은 검찰 내에서 유명한 일화다.

"운동은 뭐든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인사운동'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송 총장의 말처럼 그는 업무능력에 따른 검찰 인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인식하고 있었고 재임 기간 인사청탁을 없애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이다.

송 총장은 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과학수사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백 위주의 수사방식에서 벗어나 인권수사,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협의체를 창설, 수십년간 불거져온 검.경간 갈등을 해소할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송 총장을 이야기하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빠질 수 없다. 이 두 사람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검찰 인사, 촛불시위자 체포영장 관련 보고누락, 대검 감찰기능 이양, 중수부 폐지론 등 각종 사안을 놓고 갈등관계의 인물로 비친 게 사실.

그러나 실상은 송 총장이 최근 사석에서 "강 전 장관과 사실 `코드'가 맞았다"고 털어놓은 것처럼 두 사람은 독립검찰의 기틀 마련이라는 점에서 한 배를 탔다는 표현이 더 맞아보인다.

수사의 바람막이나 검찰의 제도개혁 등에 있어서 오히려 공통점이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최근 전.현직 법무장관.검찰총장 만찬이 끝난 후 송 총장과 다정스레 악수를 하며 만찬장을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송 총장 개인에 대한 찬사에도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완전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검찰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만을 전담하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문제가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비단 검찰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직도 청렴결백의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학.인권수사를 내세우고 있으나 자백 위주의 종전 수사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검찰수사 도중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사태가 빚어지는 등 수사과정의 부정적 모습이 사라졌다고 보긴 힘든 측면도 있다.

또한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추세강화 등 검찰 변화를 요구하는 외부적 압력도 적지 않다. 이는 송 총장 체제의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로서 후임 김종빈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송 총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약자에게 따뜻한 검찰이 되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 국민의 신뢰받는 검찰이 돼야 한다. 검찰의 자체 정화에도 계속 박차를 가하고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전 조직이 의지를 갖고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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