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 주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첫 청문회에 피해자 증언을 위해 출석한 한국인 김군자(왼쪽부터), 이용수,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 등 3명이 서로 손을 잡고 증언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 하원 지지의원 늘어…유엔서도 다시 공론화
일본 지도자들의 잇단 군대 위안부 망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에 군대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크게 공론화한 계기는 미국 하원의 관련 결의안 추진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 121)을 외교위에 상정했다. 현재 하원에서 이를 지지하는 의원이 69명으로 늘어나 본회의 상정은 물론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주 〈한국일보〉가 26일 전했다. 일본계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가 중심이 된 의원들은 일본 총리가 피해 여성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1월31일 제출했다. 혼다 의원은 결의안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뒤인 5월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기 위해 그가 미국에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내달 26일께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내 100여개 인권단체들도 ‘121연합’을 결성해, 결의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비에스〉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 우승자인 권율(32)씨를 비롯한 재미동포 등 30여 명은 22일 의회를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4월 아베 총리의 방미에 맞춰 방미 투쟁단을 조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5월에는 이 문제와 관련한 아시아 연대회의를 열어,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피해자들을 참석시킬 예정이다. 유엔 차원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20일 오후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제4차 회의 ‘여성폭력 특별보고’ 세션에서 남·북한 대표는 일본의 망언을 집중 성토했다. 야킨 에트룩 특별보고관의 여성 폭력 특별보고 직후, 한국 정부 대표로 나선 장동희 주제네바 차석 대사는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 군대에 의한 성 노예 피해자들에 관한 (전임 특별보고관인)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 담긴 권고사항들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에트룩 특별보고관이 전임자의 업적을 기초로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추가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북한의 최명남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도 “일본은 심지어 군대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고 있다”며 “그 결과 그 같은 범죄들이 되풀이될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마지막으로 나온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군대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을 수용하고 보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1996년 1월 제52차 회의에서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특별조사관의 ‘성노예조사보고서’를 채택해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나 그 어떤 쌍무적 조약들도 성노예들의 배상요구를 다루지 않고 있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데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같은 해 4월 전체회의에서도 이 보고를 인정하는 결의가 일본을 포함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제훈 정의길 유신재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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